국제 이슈
니어쇼어링(인근국 이전), 관세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니어쇼어링이 실질적인 경제 전략이 아닌 관세 회피 수단으로 추진될 경우, 해결책보다 더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2024년 7월 8일, 한 노동자가 중국 빈저우의 섬유 공장에서 수출용 섬유 제품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누르포토 AFP 제공]](/gc7/images/2025/10/09/52241-plant-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니어쇼어링이 요즘 기업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화두다. 기업들이 자국 인근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은 겉보기엔 유리해 보인다.
짧은 공급망, 낮은 운송비, 줄어든 관세 부담 등 - 싫어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관세 회피를 주요 목적으로 한 니어쇼어링은 현명한 비즈니스 전략이라기보다 근시안적 도박에 가깝다. 단기적으로 만족스러운 전략일지 몰라도, 결국 지역 및 글로벌 경제,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니어쇼어링을 추진하는 국가들에까지 막대한 대가를 초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니어쇼어링은 생산기지를 주요 시장과 가까운 국가로 이전하는 전략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단기 처방이기도 하다. 아시아 기업들은 니어쇼어링을 위해 동남아시아나 인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콜롬비아나 브라질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핵심은 비용 절감, 관세 회피, 그리고 운용 효율화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니어쇼어링이 실질적인 경제 전략이 아닌 관세 회피 수단으로 추진될 경우, 해결책보다 더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아프리카를 예로 들어보자. 에티오피아와 케냐는 중국 내 생산비 상승을 피하려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니어쇼어링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현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변동성이 큰 해외 투자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더 나아가, 자국 내 탄탄한 공급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 국가는 멀리 떨어진 시장에서 원자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니어쇼어링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는 사실상 사라진다.
니어쇼어링은 아프리카에서 기회와 문제를 동시에 불러왔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섬유 생산 허브로 부상하며 그동안 중국에 의존해왔던 기업들을 끌어모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부정적인 면 없이 진행되지 않았다.
경제적 불평등
대규모 생산량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부족하고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니어쇼어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혼(Horn of Africa)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은 이 지역의 공급망 신뢰성에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니어쇼어링 거점인 케냐는 기술과 서비스 분야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도와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및 중동 시장을 겨냥해 나이로비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만,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적 혜택이 주로 도시 지역에 집중되며 농촌 지역은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미에서는 노동 인구가 많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이 오랫동안 잠재적인 니어쇼어링 거점으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높은 세금, 복잡한 규제,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기업 환경은 여전히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브라질에 니어쇼어링을 추진한 기업들은 예상보다 높은 비용과 물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콜롬비아는 기술 및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보다 현실적인 니어쇼어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와 러시아에서 진출한 기업들은 북미 및 남미 시장을 겨냥해 콜롬비아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콜롬비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해외 자본 의존도를 높이며 글로벌 경기 변동에 취약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아시아는 니어쇼어링과 관련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특히 기술 및 제약 분야에서 중국을 대체할 니어쇼어링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두 나라의 긴밀한 정치적, 경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러시아 기업들이 제조 및 IT 서비스 분야에서 점차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도 여러 문제점이 남아 있다. 인도의 규제 환경은 여전히 복잡해 적응하기 어렵고, 인프라 수준도 중국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다. 반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중심에서 다변화하려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니어쇼어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혼란에 드러난 취약성
이들 국가는 낮은 인건비와 주요 시장과의 지리적 근접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와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며, 이들 국가가 여전히 중국 경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중국의 공급망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관세 회피를 위한 니어쇼어링은 일종의 경제 민족주의다. 세계 무역에 혼란을 초래하더라도 자국과 자지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러한 민족주의적 접근은 대부분 역효과를 낳는다. 단기적 이익에 집중하는 사이, 수십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자유무역의 근본 원칙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아프리카를 예로 들어보자. 니어쇼어링은 일부 경제적 이익을 가져왔지만, 해외 자본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산업 구조의 다양화 부족으로 아프리카 경제는 글로벌 경기 위기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남미에서는 니어쇼어링에 대한 집중이 일부 국가들이 하나의 시장이나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며, 장기적인 경제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해법은 니어쇼어링을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과 접근 방식을 재검토하는 데 있다. 니어쇼어링을 관세 회피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기업과 정부가 무역 규범을 수용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장기적 회복력 구축
관세는 대부분 부담으로 여겨지지만, 기업들이 지역 경제에 투자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혁신을 추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세 규정을 준수하며 기업들은 원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게 되고, 이는 장거리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관련된 위험을 완화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단순히 관세를 회피하려는 목적만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보다, 기업들이 인프라와 인력 개발에 투자해 자생적인 제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무역 규범에 부합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회복력과 경제적 자립을 강화한다.
이와 비슷하게 남미에서는 관세 규정에 준수하는 것이 기술과 농업같은 산업에서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 무역 규범을 이행함으로써 기업들은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같은 정부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으며, 이러한 혜택은 주로 규범 준수와 연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정부는 생산 분야의 재활성화를 목표로 한 개혁을 추진하며, 임시방편적 니어쇼어링에 의존하기보다 지역 생산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보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우선시하는 관세 준수형 파트너십을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무역 협정의 틀 안에서 협력함으로써 기업들은 현지 공급업체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책임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공급망 분열의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기업들이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 방식을 선도하는 주체로 자리 잡게 한다.
관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니어쇼어링은 언뜻 현명한 우회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 지역 및 글로벌 경제에 의도치 않은 해를 끼친다. 반면 관세 규범 준수는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제시한다.
니어쇼어링은 기업들이 지역 경제에 투자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며, 모든 관련 주체에게 이익이되는 혁신을 촉진한다. 무역 규범을 장애물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임으로써, 기업들은 보다 균형 있고 공정한 글로벌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이 접근은 경쟁보다 협력을, 편의성보다 지속 가능성을, 그리고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회복력을 우선시한다. 결국 관세 규범을 준수하는 것은 단순히 법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모두에게 도움이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무역이 분열이 아닌 공동 번영의 원동력으로 지속되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