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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갈 수 없는 다리들’: 인프라 격차가 어떻게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을 약화시키는가

이 격차들은 단순히 물리적 공백을 넘어, 수백만 명을 빈곤과 불안정의 굴레에 가두는 놓쳐버린 기회와 제도적 실패의 상징이다.

2024년 8월 21일, 아프가니스탄 판지시르주 로카 지구 카비잔 마을에서 홍수 피해 이후 주민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샤 푸어 아프잘리/AFP]
2024년 8월 21일, 아프가니스탄 판지시르주 로카 지구 카비잔 마을에서 홍수 피해 이후 주민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샤 푸어 아프잘리/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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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중심부에서 도로·다리·철도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교통망의 부재는 보이지 않는 위기로 자리 잡았다. 이는 국가 방위, 재난 대응, 경제 발전을 동시에 약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다리들’은 단순한 인프라 결핍이 아니라, 기회를 잃고 체계적으로 실패한 결과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는 수백만 명을 빈곤과 불안정의 굴레에 묶어두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도로망의 취약성은 특히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남수단에서는 우기가 시작되면 흙길이 통행 불가능한 진창으로 변해 국경 방어나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 병력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주님의 저항군(Lord’s Resistance Army)과 같은 무장단체들은 이러한 취약성을 악용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국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은 국가 안보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도 위축시켜 경제 침체를 지속시킨다.

부실한 인프라는 안보를 넘어 경제에도 심각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 남수단 농민들은 도로 사정 때문에 농산물을 제때 시장에 내다 팔지 못한다. 운송 과정에서 절반이 썩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손해를 보며 팔 수밖에 없고, 농장에 재투자할 여력마저 사라진다. 이는 아프리카 전역의 소상공인과 농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실이다. 높은 물류비용은 경쟁력을 갉아먹고 지역 경제를 위축시켜 빈곤을 심화시킨다.

남미의 고립이 남긴 경제적 비용

남미도 비슷한 상황이다. 볼리비아 같은 내륙국가는 부실한 도로망 때문에 심각한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농촌과 도시를 잇는 연결성이 떨어져 무역이 어렵고, 식량 불안정이 심화되며, 재난 대응도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신뢰할 만한 교통망 부재로 원격 지역에 의료 물품 전달이 지연되면서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고,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이 고립의 경제적 비용은 막대하다. 볼리비아 농촌의 소규모 사업자들은 도시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워 성장 잠재력이 억눌린다. 이는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불평등을 심화시켜 농촌이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도록 만든다.

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들이 이러한 문제의 대표적 사례이다. 수십 년간의 분쟁으로 국가 인프라가 파괴되어 재건과 현대화가 어렵다. 열악한 도로망은 군사 작전을 방해하고, 반군 세력이 외진 지역을 장악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불안정은인프라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며,국가의 통치 역량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신뢰할 만한 교통망 부재는 재난 대응도 어렵게 만든다. 파키스탄의 계절성 홍수 같은 자연재해 이후 부실한 인프라 때문에 구호 활동이 지연되면서 취약 계층이 고립되고, 이로 인해 고통은 심화되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진다.

방치된 인프라의 인간적 피해

이런 인프라 격차의 인간적 피해는 매우 크다.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18세~59세 인구는 교육, 의료, 일자리 기회 접근에서 제약을 받는다. 또한 기본 물류가 원활하지 않아 혁신과 기업가 정신도 억눌린다.

여기에 교육·의료·금융 제도 같은 소프트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신뢰할 만한 도로와 다리가 없으면 학교·병원·시장 같은 사회 기반을 세우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개발 함정이 형성되며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기반이 계속 약화된다.

이 격차를 해결하려면 정부, 국제기구, 민간 부문의 협력이 필요하다. 공공-민간 파트너십은 교통망 구축과 유지에 필요한 자원과 전문성을 동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기후 변화에 회복력이 있는 도로와 다리 같은 지속 가능하고 탄력적인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 혜택을 보장하는 핵심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즉각적인 조치가 없다면 이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다리들’은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고, 재난 대응을 저해하며,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투자와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이 격차는 ‘기회의 다리’로 전환될 수 있다. 사람들을 시장과 아이디어, 그리고 서로에게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것이다.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은 단 하나의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 실제로 어딘가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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