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국경 없는 눈: 인도·태평양의 감시 기술과 권위주의 확산
인도·태평양의 각국 정부가 안면 인식, 스파이웨어, 대규모 메타데이터 수집 등 첨단 감시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7월 3일 촬영된 사진은 중국 충칭에 설치된 스마트 감시카메라의 모습이다. [누르포토/AFP 제공]](/gc7/images/2025/08/14/51486-cmeras-370_237.webp)
글로벌 워치 제공 |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 젊은 활동가가 시위에 참석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체포됐다. 그는 온라인에 자신의 활동을 올리거나 언론과 인터뷰도 하지 않았지만 정부 당국은 새로 설치한 안면 인식 카메라를 이용해 그의 위치를 추적했다.
이번 체포는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역에 은밀히 확산되고 있는 감시 인프라 네트워크로 인해 가능했다.
해당 지역의 각국 정부는 안면 인식, 스파이웨어, 대규모 메타데이터 수집 등 첨단 감시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치안과 국가 안보의 수단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은밀히 비판 여론을 억압하고 시민사회를 위협하며 인권을 무너뜨리는 데 사용된다.
확산하는 감시망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급증하는 감시 기술 확산은 대부분 해외 수출에 의해 이루어진다.
중국의 하이크비전, 다화, 화웨이, ZTE 등이 감시 기술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개발이나 "안전도시" 사업을 가장해 보조금과 국가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페가수스' 소프트웨어로 알려진 NSO 그룹을 비롯한 이스라엘 스파이웨어 기업들과 다양한 서방 국가의 회사들이 종종 자회사나 유령회사를 통해 이에 가담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화웨이의 '안전도시' 시스템으로 수천 대의 고화질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 활동가와 야권 지도자들은 평화로운 시위가 곧바로 체포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미얀마에서는 2021년 쿠데타 이전에 중국 기업이 구축한 인프라가 군부에 의해 시위대 색출과 언론인 감시에 사용됐다.
한편,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포괄적인 감시망을 운영하며인공지능과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고 비판 세력을 추적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 가혹한 대가
이러한 기술은 종종 직접적인 정부 간 계약, 저금리 대출 또는 정부 개발 사업의 포괄적 계약을 통해 이전된다.
많은 경우, 해당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해외 서버에 저장되거나 외부 용역 업체가 관리를 맡아 수출국이 현지 정보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서비스형 감시 (Surveillance-as-a-service)'는 소형 국가나 저개발국의 국내 현안에 외국의 영향력이 스며드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식민주의로 자리잡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 대부분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법적 보호는 미약하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스리랑카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안보법을 생체정보 수집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정부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견제와 감독이 없는 가운데, 정부의 감시는 언론의 자유와 야당 세력을 탄압하는 보이지 않는 무기로 변하고 있다.
저항과 앞으로의 방향
시민사회단체들이 저항에 나섰다.
디지털 권리 단체 액세스 나우(Access Now)와 디지털리치 아시아(DigitalReach Asia)는 보안 교육을 제공하고 기술 협상을 감시하며,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법 제정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호주와 대만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감시 기술 수출에 관한 국제 기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싸움은 만만치 않다. 감시 기술은 수익성이 높고, 정치적으로도 편리하며, 대부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인도·태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 세계적 흐름의 한 부분이지만, 이 지역의 위험성은 특히 높다. 수십억 인구와 일부 불안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공존하는 이 지역은 기술 발전과 권위주의 후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규제받지 않는 감시 기술은 단순히 관찰에 그치지 않고 통제한다. 이러한 감시 수단이 확산될수록 국제적 관심과 감독, 그리고 저항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침묵은 곧 동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