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동향
'잠자던 거인' 인도의 각성, 강대국 경쟁 속 커지는 존재감
뉴델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떠받치는 핵심 세력임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14일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교장관 회의. [아룬 산카르/AFP]](/gc7/images/2026/07/02/56271-afp__20260514__b2tm48v__v1__highres__indiadiplomacypoliticsbrics-370_237.webp)
첼시 로빈 |
지난 5월 인도에서 열린 고위급 외교 회담에서는 이란에서 계속되는 전쟁과 해양 안보, 세계 석유 매장량 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5월 14~15일 브릭스 외교장관들이 함께 뉴델리에 모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국빈 방문이 마무리된 지 불과 며칠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정해 대면 회담을 했다.
분석가들은 이들 회담의 시점이 인도의 전략적 야심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하며 , 이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가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는 9월 12~13일 예정된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사전 회의로, 인도는 다가오는 정상회의에서 신흥 경제국 연합 소속국과 그 밖의 국가 정상들을 맞이한다.
![4월 2일 인도 뭄바이 해군 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인도 해군 함정 IOS 사가르. [인드라닐 아디티야/누르포토/AFP]](/gc7/images/2026/07/02/56273-afp__20260403__aditya-notitle260402_np95b__v1__highres__indiannavycommissionsiossaga-370_237.webp)
브릭스(BRICS)는 2009년 창설 당시 회원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이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하면서 형성된 5개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명칭이다..
이 협의체는 2024년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를 추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 회원국 명단에 올라 있지만, 정식 가입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립하는 회담 외교전
인디아투데이는 5월 20일 보도에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뉴델리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는 통상적인 외교 행사의 차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참석이 확정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첨석 가능성도 커지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은 오는 9월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매우 성공적"이고 "역사적"인 회담 이후, 오는 9월에는 미국 대통령이 중국 지도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두 번째 대면 회담을 갖기로 했다.
인디아투데이는 “이 협의체의 핵심 지정학적 현안, 특히 이란 문제를 둘러싼 뚜렷한 내부 균열이 드러나는 가운데, 브릭스 정상회의의 개최 시점과 양대 주요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 정상들의 참석 여부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인도는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5월 26일 또 다른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호주, 일본, 미국 외교장관들은 인도 외교장관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경제·군사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된 비공식 외교 협의체이자 '쿼드(Quad)'로 불리는 4자 안보 대화에 참석했다.
전략적 자율성
인도는 5월에 열린 두 차례 회의와 오는 9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며, 자국 외교정책의 핵심 기조인 '전략적 자율성'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특정 강대국 진영에 종속되지 않고 국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인도는 이와 동시에 중국, 유럽연합(EU), 글로벌 사우스, 러시아는 물론 미국 및 나토(NATO) 동맹국들과도 실용적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브릭스 내부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인도는 군사적 충돌을 겪어 온 회원국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긴장 관계는 물론, 갈등을 안고 있지만 점차 완화되는 중국과의 관계까지 신중하게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뉴델리는 이 같은 '모두와 우호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자국의 실익을 확보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언론인이자 미디어 기업가인 민하즈 머천트는 인도가 여러 전략적 동맹국들과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외교적 역량이 지나치게 분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5월 17일 보이스오브인디아를 통해 "전략적 자율성은 인도의 대외 행보를 규정하는 지정학적 원칙이나, 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경우, 수동적 중립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같은 방식으로는 한 국가가 중견국에서 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머천트는 인도가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료주의 축소와 거버넌스 강화, 규제 완화와 개혁 확대, 수동적 중립 축소와 국제사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무시할 수 없는 글로벌 강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U 리포터의 설립자인 콜린 스티븐스는 1월 27일 기사에서 "오랫동안 '잠자는 거인'으로 불려 온 인도는 이제 더 이상 잠들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인도는 지정학, 경제, 기술, 국방, 인구, 외교 전반에 걸쳐 더 이상 단순한 '신흥시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체제의 판도를 바꾸는 주체이자 명실상부한 글로벌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태평양의 '핵심 주체'
지정학적으로 인도는 세계 주요 해상 교통로의 중심축에 자리한 핵심 전략 요충지로 평가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아랍에미리트(UAE)·오만 사이에 위치한 해협으로 인도 서쪽에 위치해 있다.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약 40%가 이 핵심 수로를 지나가고 있으며, 이란에서 계속되는 전쟁으로 현재 심각한 위기 국면에 놓여 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 가운데 또 다른 35%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말라카 해협을 통과한다. 이 해협은 남중국해를 거쳐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해상 통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역시 지속되는 전쟁과 치안 불안으로 압박받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중동 사이에 자리한 이 해협은 인도양에서 지중해를 거쳐 유럽 시장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연결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티븐스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도양의 항행 자유를 보장하는 인도의 역할은 이제 국제적으로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도는 쿼드(Quad)와 같은 전략적 협의체를 통해 어느 진영의 동맹국이 아니라, 역내 균형 세력으로서의 입지를 굳혀왔으며, 나아가 인도·태평양 안정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협력 주체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