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분쟁 데이터가 드러낸 더욱 취약해진 안보 질서

급증하는 인명 피해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국가 간 무력 충돌은 각국 정부가 전쟁을 더 이상 개별적인 위기로 다룰 수 없음을 보여준다.

2026년 6월 9일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이 내려진 후 레바논 남부 티레(Tyre)를 탈출해 북부 시돈(Sidon)으로 향하는 피란민 차량들이 정체된 가운데, 차량 트렁크에 앉아 있는 개들의 모습. [마흐무드 자야트/AFP]
2026년 6월 9일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이 내려진 후 레바논 남부 티레(Tyre)를 탈출해 북부 시돈(Sidon)으로 향하는 피란민 차량들이 정체된 가운데, 차량 트렁크에 앉아 있는 개들의 모습. [마흐무드 자야트/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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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분쟁 데이터는 세계가 갈수록 폭력적이고 분열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안정을 유지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웁살라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UCDP)은 국가 기반 분쟁 65건을 기록했으며, 이는 1946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국가 간 분쟁 역시 2년 연속 두 배 증가해 8건에 달했다. 아울러 13건의 분쟁은 연간 전투 관련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전쟁으로 분류되는 기준을 넘어섰다.

인명 피해 역시 막대했다. 2025년 조직적 폭력으로 약 24만4,600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 이후 두 번째로 심각한 유혈 사태를 기록한 해가 됐다.

이 수치들이 갖는 의미는 전장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2026년 6월 2일 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 인근 부르즈 알샤말리(Burj al-Chamali) 지역에 가해진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의 참상을 보여주는 현장 사진. [카우나트 하주/AFP]
2026년 6월 2일 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 인근 부르즈 알샤말리(Burj al-Chamali) 지역에 가해진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의 참상을 보여주는 현장 사진. [카우나트 하주/AFP]

이러한 통계는 전쟁과 내전, 민간인 공격이 무역로와 에너지 시장, 동맹 체계, 위기관리 수단을 동시에 시험대에 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취약한 에너지 수송 요충지와 지정학적 갈등에 노출된 공급망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더 이상 하나의 분쟁이 국제 안정을 흔들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다. 여러 분쟁이 동시에 중첩되면서 동일한 글로벌 시스템에 한꺼번에 부담을 가할 수 있느냐가 점이다.

구조화되는 폭력

이 데이터는 분쟁이 단순히 확산되고 있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5년에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분쟁으로 남았다. UCDP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소 9만4,700명에 달했으며, 이는 전 세계 전투 관련 사망자의 약 62%를 차지했다.

가자지구와 수단의 전쟁 역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분쟁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동시에 이란과 이스라엘,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의 직접적인 충돌은 국가 간 무력 충돌이 보다 광범위하게 재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UCDP의 선임 분석가인 숀 데이비스는 이러한 추세를 "국가 간 분쟁의 뚜렷한 증가세"라고 설명하며, 최근의 상황 전개는 "국제적 긴장의 고조와 글로벌 안보 질서의 변화"를 시사한다고 밝혔다.

가장 급격한 악화는 민간인을 향한 폭력에서 나타났다.

UCDP에 따르면 2025년 일방적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7만6,500명으로, 전년 대비 40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급증은 상당 부분 수단 사태에 기인한 것으로, 특히 다르푸르 지역 엘파셰르 함락과 관련된 학살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UCDP의 선임 분석가이자 프로젝트 책임자인 테레세 페테르손은 이러한 수치가 "매우 높은 수준의 치명적 폭력"과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의 급격한 증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제한적이나마 한 가지 개선된 점도 있었다. 비국가 행위자 간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1만4,500명으로 감소해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감소가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다. 국가 기반 폭력은 여전히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 간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민간인 사망자는 30여 년 만에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다시 치솟았다.

이러한 상황은 분쟁 관리의 어려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를 파괴하는 전쟁은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물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해상 위기는 물류 운송을 지연시킬 수 있으며, 내전은 난민 유입과 제재 위험, 식량 불안, 주변국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자원과 연계된 폭력은 핵심 광물을 둘러싼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불안정성이 오랫동안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시장과 국경, 공급망을 따라 확산된다.

시험대에 오른 동맹 체제

새로운 데이터가 기존 안보 체제의 실패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 체제가 이전보다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1945년 이후, 공식 동맹과 전방 군사 배치는 일부 지역에서 강대국 간의 직접적인 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추는 데 기여해 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제5조 상호방위 공약은 여전히 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어느 한 동맹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며, 이는 잠재적 적대국이 보다 광범위한 대응에 직면할 위험을 계산하도록 만든다.

이는 침략의 대가를 높이지만, 억지력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억지력의 성패는 군사적 준비태세, 정치적 결속, 신뢰할 수 있는 군사 역량, 그리고 신속한 공조 체계에 달려 있다. 그러나 유럽,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압박이 가해질 때, 각국 정부가 이러한 조건을 유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위험은 단지 전쟁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분쟁들이 동일한 군사 비축물자, 정보 자원, 외교적 관심, 그리고 정치적 대응 여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전구에 대응하는 정부는 다른 전구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한 지역의 위기는 다른 지역의 전략적 계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경쟁국들이 상대방의 관심과 역량이 여러 위기로 분산돼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러한 위험은 더욱 증폭된다.

그럼에도 동맹 체제는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전략적 이점을 여전히 제공한다. 동맹은 안보 부담 공유, 정보 교환, 공동 기획, 그리고 조율된 전략적 메시지 전달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동맹 체제 역시 여러 약점을 안고 있다. 정보 공유 체계는 국가별로 불균형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다국적 연합 기획은 의사결정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또한 방위산업 생산 역량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으며, 위기가 늘어날수록 정치적 결속을 유지하기도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동맹은 갈등의 확전 비용을 높일 수는 있지만 위험 자체를 제거할 수는 없다. 또한 분쟁의 확산을 늦출 수는 있어도, 지역 사회의 불만과 갈등, 외부 지원, 불법 네트워크, 또는 국가 통치력의 붕괴가 초래하는 폭력을 완전히 억제할 수는 없다.

2025년의 수치는 전략 환경이 한층 더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 국가들은 충격을 흡수하는 데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더 높은 비용과 더 촉박한 시간적 제약, 그리고 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교훈은 분명하다. 이제 분쟁은 더 이상 서로 분리된 개별 위기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연결된 압박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다음 충격이 오기 전에 억지력과 경제적 복원력, 그리고 위기관리 역량을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국가가 가장 빠르게 적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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