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중첩되는 글로벌 충격은 개발도상국을 더 깊은 부채의 늪으로 밀어낸다

중국이 세계 최대 채권자에서 최대 채무 회수국으로 전환하면서, 많은 국가가 공공 서비스 예산을 확보하기보다 부채 상환을 우선해야 하는 압박에 내몰리고 있다.

2026년 5월 15일 한 노점상이 태국 방콕의 클롱떠이 시장을 지나가고 있다. 5월 초 태국 정부는 단기 현금 지원과 경제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4000억 바트, 약 120억 달러 규모의 차입을 승인하는 긴급 칙령을 발동했다. [매트 헌트/누르포토/AFP]
2026년 5월 15일 한 노점상이 태국 방콕의 클롱떠이 시장을 지나가고 있다. 5월 초 태국 정부는 단기 현금 지원과 경제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4000억 바트, 약 120억 달러 규모의 차입을 승인하는 긴급 칙령을 발동했다. [매트 헌트/누르포토/AFP]

첼시 로빈 |

세계 최빈국들은 부채와 개발 위기의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대외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국가가 갈수록 늘고 있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지난 수년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연쇄적 충격이 누적되면서 개발도상국의 부채 전망이 "극도로 위태로운" 국면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이란 전쟁이 국제 유가를 1년 전보다 50% 이상 급격히 끌어올렸으며, 5월 26일 현재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CEPR은 4월 15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수입 비용 부담을 키우고, 다수 국가의 식량 안보와 국제수지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6년 5월 26일 인도 실리구리에서 한 가스 배달원이 차량 뒤편에 실린 가스통을 내리고 있다. [딥텐두 두타/미들 이스트 이미지스/AFP]
2026년 5월 26일 인도 실리구리에서 한 가스 배달원이 차량 뒤편에 실린 가스통을 내리고 있다. [딥텐두 두타/미들 이스트 이미지스/AFP]

이어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공급망 교란과 세계 무역의 파편화 심화, 세계 성장 둔화가 기존 충격 위에 또 다른 부담을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다 채무로 인한 개발 중단

국제금융기구와 세계 최대 채무 회수국인 중국을 통한 대외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은 이 같은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17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대외 채무는 2023년 사상 최대인 11조4000억 달러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UNCTAD는 해외 차입이 경제 성장과 개발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갚아야 할 부채 부담이 국가의 상환 능력을 넘어설 때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UNCTAD는 개발도상국의 3분의 2가 이처럼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가운데, 고금리가 부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가 빌생하면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만큼, 대부분의 정부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를 피하려 한다.

UNCTAD는 "정부가 공공서비스와 투자보다 부채 상환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 결국 그 대가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병원은 필수 물자 부족에 허덕이며, 사회기반시설은 무너져 내린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이들 국가는 부채 디폴트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국의 개발 측면에서는 사실상 디폴트에 내몰리고 있다."

'거대한 부채 쓰나미'

중국이 채무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10년 전 일대일로 구상(BRI)을 통해 제공된 차관의 상환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시드니 소재 로위연구소의 라일리 듀크 연구원은 2025년 5월 보고서에서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에 상환해야 할 부채와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듀크 연구원은 "과거 중국의 대규모 차관 제공과 차관 구조의 특성이 맞물리면서 부채 상환 비용이 급증하는 것은 불가피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부터 향후 10년 동안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자금 공급자라기보다 채무 회수자 역할에 더 무게를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은행 채무보고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최빈국과 취약국들이 중국에 갚은 부채 상환액은 모두 합해 22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듀크 연구원은 "개발도상국을 짓누르는 높은 부채 부담은 빈곤 감축을 가로막고 개발 진전을 늦추는 한편, 경제·정치적 불안정 위험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채의 함정'인가, 개발 성공인가?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의 여력이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신규 자금 공급도 사실상 끊기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CEPR은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난제는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즉각적인 충격에 그치지지 않고, 이후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는 경제적 파장에 있다"며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금리 상승, 대외 자금 조달 비용 증가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과 세계 최빈·취약국의 대외 쌍무적 채무 가운데 중국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제금융기구들은 실질적인 부채 완화책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BRI)을 통해 제공한 차관을 두고 '부채 함정 외교'라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국제기구들은 중국의 최대 인프라 개발 사업인 일대일로 구상(BRI)이 안고 있는 경제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명성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다만 중국의 불투명한 차관 관행은 부채 지속 가능성 분석을 왜곡하고 경제 감시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핵심 대출 기관인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China EXIM) 두 곳 모두 차관 조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정부 역시 대외 원조에 관한 공식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2021년 공개한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의 대외 원조 규모는 총 398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대일로 구상(BRI)이 지원 대상국의 철도와 도로, 항만 등 교통 인프라 건설을 지원해 글로벌 무역망을 넓히고, 세계 최빈국 다수의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다만 수원국 입장에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중국 차관으로 기대되는 성장과 인프라 개선 효과가 당면한 부채 상환 부담과 디폴트에 따른 복합적인 비용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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