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미얀마의 끝없는 암흑: 내전과 군부의 만행, 그리고 아세안(ASEAN)의 무능

미얀마의 민간인들은 군사정권의 끊임없는 공습과 인도적 지원 봉쇄, 국제사회의 무력한 대응 속에 출구 없는 잔혹한 내전의 수렁에 빠져 있다.

2026년 6월 2일 미얀마 카웅탓 마을에서 타앙민족해방군(TNLA) 대원이 폭발로 파괴된 건물 잔해 옆을 지키고 있다. [STR/AFP]
2026년 6월 2일 미얀마 카웅탓 마을에서 타앙민족해방군(TNLA) 대원이 폭발로 파괴된 건물 잔해 옆을 지키고 있다. [STR/AFP]

존 페르난도 무뇨스 |

지난 5월 21일 밤, 미얀마 북서부 사가잉 지역 킨우 타운십 유와신 마을을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용기가 타다우 공군기지에서 출격했다. 약 40분 뒤 군은 해당 지역을 재차 타격하기 위해 자폭 드론까지 투입했다.

이 같은 연쇄 공격으로 주민 4명이 숨지고 주택 20여 채가 초토화됐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는 군사적 표적으로 볼 만한 시설이 있었다는 보고는 없었다.

이는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아웅산 수지의 선출 정부가 무너진 이후 5년 넘게 이어져 오면서 미얀마 국민의 일상으로 굳어진 현실이다. 이후 군부는 자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 수행 방식을 완벽하게 발전시켜 왔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이를 저지할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5월 7일부터 9일까지 필리핀 세부에서 제48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가 열렸다. 외교관들이 미얀마 군사정권 외무장관과의 화상 회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와중에도 미얀마의 마을 곳곳에는 폭탄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미얀마 양곤 외곽의 한 도로 검문소에서 무장 경찰들이 삼륜차를 검문하고 있다. [누르포토/AFP]
미얀마 양곤 외곽의 한 도로 검문소에서 무장 경찰들이 삼륜차를 검문하고 있다. [누르포토/AFP]

산산이 부서지는 나라

숫자만으로는 이 참사의 무게를 온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2021년 2월 이후 민간인 6,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5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냤다. 이 가운데 약 370만 명은 미얀마 내 도시로 피신했으며, 나머지는 태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에서 피난처를 찾아야 했다.

현재 미얀마 전체 타운십의 절반 이상이 격렬한 교전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국제 분쟁 감시단체인 '무장분쟁 위치 및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ACLED)'는 2025년 한 해에만 분쟁 관련 사망자가 1만5,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미얀마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인도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군부는 수도와 주요 공항, 양곤과 만달레이의 도심 지역을 포함해 미얀마 전체 영토의 약 5분의 1을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 지역에서는 저항 세력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군부와 통제권을 다투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이들이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영토 장악 실패는 군사정권을 점점 더 무모한 행동으로 내몰고 있다. 군사정권은 힘을 과시하고 적대 세력을 위협하기 위해 갈수록 극단적이고 위험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미얀마 행정구역을 구성하는 7개 관구와 7개 주 전역에서 교전이 벌어진 것으로 기록됐다. 군사정권의 공습은 주거 지역과 병원, 학교, 종교 시설은 물론 국내 실향민 캠프까지 덮쳤다.

2025년 5월 사가잉 관구에서는 반군이 운영하는 학교가 공습을 받아 학생 22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같은 해 9월에는 군용기가 라카인주의 청소년 대상 사립 기숙학교 두 곳을 폭격했고, 이로 인해 학생 최소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산과 중국산 장비를 동원한 공습과 드론 공격은 2025년 유례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군부의 잔혹성

군사정권이 집권한 지난 5년 동안 군부의 공세는 미얀마의 인프라와 경제, 정치 영역, 민간인의 일상은 물론 보건·교육 체계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앰네스티, 포티파이 라이츠 등 인권단체들은 쿠데타 이후 군부가 자행한 잔혹 행위가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또 수십 년간 이어진 면책 구조가 이러한 만행을 더욱 부추긴 핵심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2021년 초 쿠데타 이후 최소 3만 명이 구금됐으며, 이 가운데 여성 6,200명 이상과 아동 625명이 포함됐다. 교도소와 심문센터, 군 기지, 기타 구금시설 전반에서 고문과 성폭력, 굴욕적인 가혹행위가 광범위하게 관행처럼 자행되고 있다.

인도주의 단체들의 보고에 따르면, 이후 군사정권에 구금된 상태에서 사망한 사람은 약 2,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역시 절망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2025년 12월 말부터 2026년 초까지 세 차례나 투표가 실시됐지만, 결과는 매번 군사정권이 짜놓은 각본대로 이뤄졌다. 4월 3일에는 민 아웅 흘라잉이 군복을 벗고 미얀마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아세안과의 관계 정상화를 촉구하고 평화와 화해를 내세웠다. 이어 민선 대통령 윈 민트를 석방하고 아웅산 수지의 형량을 감형했으며, 남은 형기를 가택연금 상태로 치르도록 허용했다. 이 모든 조치는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동시에, 장악 지역을 통치할 명분과 기반을 마련하려는 계산된 행보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보여주기식 조치는 민주주의로의 실질적 전환이라고 평가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포티파이 라이츠의 인권 전문가 에이자 민 칸은 "이번 선거가 자의적 구금과 민간인을 겨냥한 위법적 공격 등 한층 심화된 인권 침해를 통해 가능해졌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군부가 수십 년간 반복해 온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취임 2주 만에 군사정권은 새로 발동한 90일 시한의 비상명령을 앞세워 60개 타운십 전역에 계엄을 선포했다.

무기로 변모한 구호 지원

2025년 3월 미얀마를 강타한 지진은 최소 3,60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700만 명에게 피해를 입혔으며, 대응 과정에서 군사정권의 잔혹성이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군부는 비상사태와 자연재해마저 주민 통제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

민 아웅 흘라잉은 규모 7.7 강진 피해에 대응하겠다며 국제사회에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군사정권은 곧바로 대부분의 국제 긴급구호팀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기부 의약품을 압수했으며, 구호 활동가들을 위협하는 한편 인터넷 접속까지 전면 차단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미얀마 담당 선임고문 리처드 호시는 "군사정권은 적대 세력이 장악한 지역으로 향하는 구호 지원을 막아 온 이력이 있다"며, 정권이 봉쇄를 통해 "적대 세력의 자원 접근을 차단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수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군사정권은 2023년 사이클론 모카 이후에도 똑같은 행태를 반복했고, 13만8,000명 이상이 숨진 2008년 사이클로 나르기스 때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합의

5월 초 필리핀에서 열린 제48차 아세안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5년 동안 회피해 온 질문과 마주하게 됐다. '5개항 합의'는 과연 어떤 성과를 냈는가?

그 답은 분명했다. 냉정하게 따져봐도, 성과는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 합의는 민 아웅 흘라잉 본인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채택된 것이었지만, 2021년 4월 서명 이후 5개 항목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5개항 합의는 폭력 중단과 포괄적 대화, 인도적 접근 보장, 특사 임명, 그리고 특사의 분쟁 당사자 면담을 핵심 내용으로 제시했다.

정상회의가 되풀이될 때마다 아세안은 5개항 합의를 재확인했지만, 이행 기준도, 시한도, 불이행에 따른 책임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결국 군사정권이 아세안에서 얻고자 했던 것을 그대로 안겨준 셈이 됐다. 국제사회와 정치적으로 관여하는 듯한 외형은 갖추게 하면서도, 책임은 묻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아세안 내부의 균열은 군사정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고, 이는 태국이 민 아웅 흘라잉을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하는 듯한 결과로 이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역시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정권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면서, 안보리는 집권 군부에 대한 구속력 있는 조치를 단 한 건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2026년 인도주의 단체들은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 미얀마 주민 1,990만 명 가운데, 가장 절박한 상황에 놓인 260만 명에게만 제한된 자원을 집중 배분하고 있다.

현재 드러난 양상은 분명하다. 군사정권은 미얀마 전역에 최소한의 통제력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있고, 저항 세력도 아직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아세안은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엔은 중국과 러시아에 가로막혀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미얀마 민간인들은 학교를 겨냥한 폭격과 자의적 구금·고문, 인도적 지원 차단, 강제 징집, 그리고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현실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끊없는 전쟁의 수렁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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