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동향
대리전의 시대: 국가를 대신해 움직이는 민간 군사기업들
새로운 군사적 충돌과 영토 분쟁으로 세계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민간 군사기업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6년 5월 16일 텔레그램에 게시된 사진 속 러시아 아프리카 군단 용병들. [아프리카 군단]](/gc7/images/2026/06/11/56311-africacorp-370_237.webp)
올하 헴비크 |
무장 반란이 전개되던 당시, 사람들은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은 전 세계 뉴스 피드의 최상단을 장식했다.
2023년 6월 24일,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의 용병 부대는 이른바 “특별군사작전 구역”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를 향한 “정의의 행진”에 나섰다.
이 행진은 러시아군이 용병들의 기지를 공격한 데 대한 대응으로 촉발됐다고 알려졌다.
수천 명의 무장 인원은 로스토프를 장악하고 보로네시를 거쳐 북상했으며, 이동 과정에서 러시아 군용기 7대를 격추해 승무원들이 사망했다.
![2023년 우크라이나에서 활동 중인 바그너 용병. [바그너]](/gc7/images/2026/06/11/56314-wagner-370_237.webp)
반란군은 결국 모스크바에 도달하지 못하고 약 400km 떨어진 지점에서 멈췄다. 그날 저녁 크렘린과의 협상 이후 프리고진은 반란을 철회했는데, 이는 러시아 군 내부의 지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달 뒤 프리고진은 바그너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드미트리 웃킨과 함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으며, 독립적인 민간 준군사 조직이었던 바그너는 해체됐다.
이윤의 이름으로
바그너 사태는 민간 군사기업이 하이브리드 전쟁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다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다. 그러나 이는 결코 마지막 사례가 아닐 것이다. 새로운 군사적 대치와 영토 분쟁으로 세계 질서가 무너진 환경 속에서 민간 군사기업은 이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들은 국가 군대가 감당하지 못하거나 개입을 꺼리는 지역에서 자원을 통제하고 전쟁을 수행한다.
제네바 안보부문 거버넌스 센터에 따르면 민간 군사기업은 기업 구조를 갖춘 상업 조직이다.
이들의 활동은 다양하다. 작전 및 물류 지원, 화물 호송, 보급과 운송 지원 등을 수행한다. 그러나 그들은 전략 기획과 정보 활동을 포함해 실제 전쟁과 무력 충돌에 참여하며 그들이 보유한 무기까지 제공함으로써 악명을 얻었다.
현대적 의미의 민간 군사 산업은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군 특수부대 출신 지휘관들이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군대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무기고 속 항공기들
러시아는 지난 15년 동안 주로 해외에서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 군사기업을 활용해 왔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타국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정치·경제적 입지를 강화하며 자원 접근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제 제재에 대한 책임도 회피한다.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들은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 심지어 라틴아메리카에서도 활동이 포착됐다. 모스크바는 해외 작전을 부인하기 위해 허위정보와 선전 활동을 활용한다.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들은 외국 군인을 훈련시키고 국제 제재를 받는 국가 및 단체에 무기를 공급한다. 또한 현지 정부군 및 무장세력과 협력하기도 한다.
지역 분쟁을 연구하는 군사 전문가이자 역사학자인 미하일로 지로호우는 “나는 러시아 조직들을 민간 군사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장갑차나 비행기를 구매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이들 민간 기업은 그런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로호우는 많은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죄수들을 전쟁에 끌어들이는 각종 궂은 일을 담당했으며, 복종하지 않는 죄수들은 잔혹하게 처벌했다.
“2014년 루한스크 상공에서 격추된 Il-76 수송기 사건도 바그너 전투원들의 소행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수송기를 격추해 공수부대원과 조종사 49명을 사살했다.
2023년 우크라이나 의회는 바그너를 국제 범죄 조직으로 지정했다. 의회는 바그너가 우크라이나에서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고, 인권을 침해했으며, 말리·중앙아프리카공화국·리비아·시리아 등에서 천연자원을 둘러싼 불법 작전을 수행했다고 비난했다.
흥미롭게도 러시아 형법 자체도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들은 수십 개 국가에서 은밀하게 활동 중이다. 러시아는 관여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개적인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중국도 유사한 전략을 택했다. 약 40개국에서 활동하는 수십 개의 중국 민간 군사기업들이 중국의 해외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베이징은 여전히 “오랜 비개입 원칙”을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더러운 일’
민간 군사기업 전투원들은 대개 이들의 활동을 규제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분쟁 지역에서 활동한다.
지로호우는 “무력 사용 권한을 국가에서 민간 군사기업으로 넘기면, 이들이 어느 관할권에 속하는지, 국제 인도주의 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해지면서 법적 모호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들 조직은 돈만 주어진다면 국제법 혹은 다른 이유 때문에 국가 정규군이 수행할 수 없는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언론인들과 국제 인권 활동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민간 군사기업들이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기 시작했고, 노골적인 폭력을 줄이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러나 제네바 안보부문 거버넌스센터는 이러한 변화가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민간 군사기업의 존재는 또 다른 윤리적 문제도 드러낸다. 이들에 합류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전쟁을 경험했지만 민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참전 군인들이다.
지로호우는 “이 전투원들은 장기적인 재활 과정을 거치기보다 사회 밖으로 밀려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심리적 트라우마 때문에 평범한 삶에 적응하기 어렵다. 국가는 이들에 대해 도덕적·물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군사기업 소속 전투원들에게 연금 혜택이나 의료 서비스, 주거 지원 등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 이러한 혜택은 일반적으로 정규군 복무 계약에 포함된다.
또한 이들 전투원이 사망하더라도 정부는 유가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
지로호우는 “냉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국가 입장에서 민간 군사기업 활용은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 연방 예산이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간 군사기업은 외교 정책의 매력적인 수단이지만, 더 높은 보수를 제시하며 전문 인력을 흡수함으로써 국가 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국력이 취약한 국가에서는 이것이 안보의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는 민간 군사기업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엘리트들이 적극적으로 자체 조직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미래의 내부 권력 투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러한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향후 러시아 내 대규모 자원 재분배 과정이 폭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