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홍콩의 사생활 및 개인 자유 침해
새 개정안은 국가안보 수사 과정에서 개인 전자기기의 잠금 해제 요구를 거부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며, 적용 대상을 홍콩 주민은 물론 홍콩국제공항을 경유하는 사람까지 확대했다.
![2023년 11월 홍콩국제공항 제1터미널. [LN9267/위키미디어 커먼스/CC BY-SA 4.0]](/gc7/images/2026/05/25/56071-hong_kong_international_airport_terminal_1_level_7_18-11-2023_4_-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이제 홍콩 경찰은 국가안보 위협 혐의를 받는 개인에게 휴대전화와 노트북, 태블릿 접근에 필요한 비밀번호와 암호 해독 방법 제출 등 각종 협조를 요구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른 시행규칙 개정의 일환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무거운 처벌이 뒤따른다.
처벌 규정에는 경찰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최대 징역 1년 및 벌금 10만 홍콩달러(약 1만2,800 달러), 허위 또는 오도성 정보를 제공할 경우 최대 징역 3년 및 벌금 50만 홍콩달러(약 64,000 달러)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다.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은 이번 법 개정이 "홍콩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거나 단순 경유하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고 경고했다.
![2018년 5월 하코트 가든에서 바라본 홍콩 경찰본부. [Ceeseven/위키미디어 커먼스/CC BY-SA 4.0]](/gc7/images/2026/05/25/56072-hong_kong_police_force_headquarters_viewed_from_harcourt_garden-370_237.webp)
캐나다 정부도 여행 공식 안전 지침을 통해 이와 비슷한 내용을 안내하며,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적용 범위는 이례적으로 광범위하다.
이 법은 공식 수사 대상자뿐만 아니라 당국이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이에게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되며, 여기에는 외국 국적자와 공항을 벗어나지 않는 환승객도 포함된다.
이러한 넓은 적용 범위는 당국의 압박이 공식 수사 대상자를 넘어 시민사회와 전문직 영역, 국경을 넘나드는 활동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더 큰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해당 개정안에 대한 비판을 일축하며, 경찰이 전자기기를 수색하기에 앞서 원칙적으로 합리적 근거와 치안판사의 승인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변인은 "경찰이 거리에서 일반 시민을 상대로 무작위로 전자기기와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광범위하게 확대된 권한
미국이나 유럽의 국경 검색 과정에서는 요구를 거부해도 대체로 입국 거부나 일시 구금에 그치는 반면, 홍콩의 관련 제도는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언론인과 비즈니스 출장자, 공항 환승객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영국 소재 인권단체인 홍콩워치는 이번 규정이 변호사와 의사, 언론인에게도 협조를 강제해 "기밀유지를 위한 핵심 보호 장치를 없애는 것"이며, 여행객들이 당국의 개인 전자기기 접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규정된 ‘국가안보 범죄' 개념을 근거로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전자기기를 압수해 보관할 수 있다. 또한 개정안은 국가안보 범죄 혐의로 체포된 이가 없는 경우에조차 세관 당국이 '선동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물품을 압수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 문제를 연구해 온 영국의 법학자 유레이니아 치우는 해당 조항이 기본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법부의 승인 필요 없이 법 집행관에게 부여된 광범위한 권한은 해당 시행규칙이 내세우는 어떤 정당한 목적에 비춰 보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의 정칭광 선임 분석가도 같은 맥락에서 이번 규정이 기본권을 제약하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평가했다.
흔들리는 국제 허브 위상
이번 개정안은 홍콩이 자유로운 국제 금융 중심지에서 중국 본토식 통제 체제에 더욱 밀접하게 맞춰진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기업 내부 자료나 민감한 고객 정보를 소지한 채 홍콩을 방문하는 비즈니스 출장객들은 이제 정보 유출 위험에 더욱 크게 노출됐다.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홍콩국제공항을 잠시 경유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디지털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아시아 전역의 거래 흐름과 공급망 운영, 기업 경영진의 이동에도 연쇄적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글로벌 로펌 메이어브라운은 이번 규정을 "전자기기 수색 범위 확대"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특정 상황에서는 영장 없는 수색도 여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 조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외국 기업들은 홍콩이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 거점인지를 두고 벌써부터 셈법을 달리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형사처벌 수위는 유사한 제도를 둔 다른 여러 국가·지역보다 높다. 이들 지역에서는 국경에서 이뤄지는 전자기기 수색이 형사기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호주 정부의 해외안전여행 안내 서비스인 '스마트래블러'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홍콩 당국이 공항 경유자를 포함해 홍콩에 머무는 사람 누구에게나 개인 전자기기 접근과 비밀번호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치주의와 개방적인 데이터 환경을 앞세워 오랫동안 핵심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홍콩은 이번 변화로 국제 투자자와 홍콩을 경유하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추가로 훼손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여행 보안 전문가들이 홍콩 방문자들에게 전자기기 내 민감 정보 삭제, 초기화된 대여 기기 사용, 신중한 이동 경로 계획을 권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민감한 화물이나 인력의 이동 경로를 홍콩을 우회하도록 조용히 조정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이번 개정이 정당한 활동을 침해하지 않고 실제 위협만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시 권한 확대가 거듭되면서 그 여파가 누적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의 핵심 허브 중 하나인 홍콩에 대한 위험 인식을 계속 재편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20년 이후 이어져 온 디지털 통제 강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중국 정부와 연계된 통치 방식이 감시와 검열, 여론 통제, 반대 의견 억제에 갈수록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오가는 정부와 기업, 여행객에게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개인과 기업 데이터에 대한 국가의 접근 권한 확대까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홍콩의 이번 새 규정은 현지에 체류할 의도가 전혀 없는 사람들조차 더 이상 예전 수준의 사생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