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태평양 동맹국들, 중국 해저 진출 확대에 대응 강화

중국의 해저 지도화 활동이 제1도련선을 넘어 원해까지 군사력을 투사하려는 보다 광범위한 패권적 야심으로 해석되면서 역내 국가들은 방어 태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2월 26일 서호주 로킹엄의 HMAS 스털링 기지에 정박해 있는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USS 미네소타함에서 미 해군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콜린 머티/POOL/AFP]
2025년 2월 26일 서호주 로킹엄의 HMAS 스털링 기지에 정박해 있는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USS 미네소타함에서 미 해군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콜린 머티/POOL/AFP]

글로벌 워치 |

중국의 해저 지도화 활동이 태평양 전역으로 확장되면서 호주와 일본, 필리핀은 긴박하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캄차카에서 말레이반도까지 이어지는 태평양 열도 제1도련선 인근에 집중됐던 조사 활동이 이제는 하와이 근해와 북극해에까지 이르는 등 더 먼 해역으로 확대됐다. 이는 인도·태평양에서 시작된 해저 주도권 경쟁이 북극권과 기타 전략적 요충지로 확산되는 광범위한 흐름을 반영한다.

이 같은 광범위한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중국의 행보가 대만 주변의 국지적 데이터 수집을 넘어 원거리 해군력 투사를 향한 중국의 야심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역내 전략 구상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14년 호주 HMAS 스털링 해군기지에서 작업자들이 자율 수중 음파 탐지 및 지형도 작성이 가능한 무인잠수정(AUV) 블루핀-21을 조립하고 있다. [AFP/AFP]
2014년 호주 HMAS 스털링 해군기지에서 작업자들이 자율 수중 음파 탐지 및 지형도 작성이 가능한 무인잠수정(AUV) 블루핀-21을 조립하고 있다. [AFP/AFP]

과거 해저 경쟁을 지엽적인 해군 현안으로 인식했던 각국 정부는 이제 이 사안을 억지력과 기반시설 안보, 동맹 공조를 둘러싼 보다 광범위한 의제로 확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는 많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가용 자산을 다른 분야에 우선 투입하고자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초계 및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국방 예산을 대거 증액해야 함을 의미한다.

역내 방위력 강화

이 같은 대응 과정에서 호주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체제 아래, 2027년부터 시작될 미·영 핵추진 잠수함의 순환 배치를 앞두고 호주 서해안의 HMAS 스털링 해군기지에서는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이와 함께 동맹국 간의 유지·보수 및 운용 지원 작업도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2026년 2월 미 해군은 HMAS 스털링 기지에서의 활동이 해저 전력을 "전방에서, 신속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유지·지원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네트워크" 구축에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지원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동부 인도양과 동남아 진입 해역에서 동맹 전력의 상시 주둔을 강화하려는 의도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도 이에 맞춰 방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지스 구축함 'JS 초카이'함이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개조되고 있으며, 승조원들도 미국에서 운용 교육을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는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강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광범위한 전력 증강 계획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일본은 P-1 및 P-3C 해상초계기 운용을 포함해 해상 감시 역량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파트너국과의 역내 연합훈련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필리핀은 수동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공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3월 마닐라와 워싱턴은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해양 협력 활동을 실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필리핀과 미국, 호주가 남중국해에서 또 한 차례 합동 훈련을 마쳤으며, 호주는 이 훈련에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가 필리핀 해역에 대한 압박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는 해저 경쟁에 맞서 동맹 전력의 보다 상시화된 배치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태평양 소도서국들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그리 안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은 안보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지만, 배타적경제수역(EEZ) 관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상업적 리스크를 높이며, 관광 및 인프라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 결과 국가 발전과 전략적 노출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속되는 동맹의 우위

중국의 해저 지도화 활동은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으나, 여전히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온 감시와 훈련, 통합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해양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 호주 해군 잠수함 사령관 피터 스콧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해저 지도 데이터가 "전장 환경을 준비하는 데 잠재적으로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양날의 검처럼 양면성을 지닌다. 해당 해역은 동맹국의 작전 계획과 감시, 대잠수함 작전 체계에 이미 편입된 곳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부분에서 진정한 힘의 균형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우위는 개별 플랫폼의 성능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체계에 의해 좌우된다.

호주의 P-8 초계기 전력과 일본의 해상 초계 및 감시 체계, 미국의 수중 인프라, 그리고 동맹 간 축적된 정보 공유 관행은 중국이 결코 단독으로 구축할 수 없는 보다 밀도 높은 수준의 작전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요컨대 베이징은 해저 지형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경쟁국들이 여전히 더 정교한 작전 체계를 갖춘 전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이에 대한 대응이 이미 전면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뜻한다.

중국의 해저 패권 야욕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조사 활동을 통해 확보하려는 전략적 우위를 억제하기 위한 역내 대응도 함께 강화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해저 전력의 균형이 보다 폭넓은 연합과 축적된 경험, 감시와 접근 역량이 통합된 운용 체계를 갖춘 쪽에 여전히 유리하게 기울어 있다. 이 같은 양상은 동맹국의 해양 전략 전반에서 상호운용성과 부담 분담, 해저 억지력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