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패권 경쟁 격화

에티오피아의 해상 진출 시도가 나일강 수자원 갈등과 맞물리면서, 아프리카의 뿔 지역 동맹 구도는 더욱 선명한 대결 양상으로 굳어지며, 대리 경쟁과 외부 세력 개입의 새로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아비 아메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2025년 9월 9일 구바에서 열린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 공식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루이스 타토/AFP]
아비 아메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2025년 9월 9일 구바에서 열린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 공식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루이스 타토/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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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해상 통로 확보 노력과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을 둘러싼 미해결 분쟁은 하나의 전략적 대결로 수렴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2024년 1월 에티오피아가 소말릴란드와 양해각서 체결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소말리아는 이를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규탄했고 나일강의 지배권을 둘러싼법적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집트는 이를 계기로 모가디슈와의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

2024년 10월에 이르러 이집트, 에리트레아, 소말리아는 아스마라에서 주권, 영토 보전, 홍해 안보를 핵심으로 하는 3자 협력 체계를 공식화했다. 이와 동시에 카이로는 무기 공급과 병력 파견 약속을 통해 소말리아에 지원을 확대했다.

표면적으로는 대테러 대응이 강조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 새로운 연대는 해양권 및 나일강 분쟁이 점차 맞물림에 따라 이집트가 에티오피아를 견제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지부티에서 열린 보건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렁춘잉(Leung Chun-ying, 왼쪽 두 번째)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부주석, 압둘카데르 카밀 모하메드(Abdoulkader Kamil Mohamed, 오른쪽 두 번째) 지부티 총리, 아흐메드 로블레 압딜레(Ahmed Robleh Abdilleh, 오른쪽 첫 번째) 지부티 보건부 장관, 그리고 후빈(Hu Bin, 왼쪽 첫 번째) 주지부티 중국 대사가 리본 커팅을 하고 있다. [한쉬/신화/AFP]
2023년 지부티에서 열린 보건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렁춘잉(Leung Chun-ying, 왼쪽 두 번째)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부주석, 압둘카데르 카밀 모하메드(Abdoulkader Kamil Mohamed, 오른쪽 두 번째) 지부티 총리, 아흐메드 로블레 압딜레(Ahmed Robleh Abdilleh, 오른쪽 첫 번째) 지부티 보건부 장관, 그리고 후빈(Hu Bin, 왼쪽 첫 번째) 주지부티 중국 대사가 리본 커팅을 하고 있다. [한쉬/신화/AFP]

더욱 강경해진 대결 진영

이러한 전략적 변화의 파급력은 단발적인 무기 지원이나 정상회담 선언을 훨씬 상회한다.

소말리아는 보다 공고한 외교적 지지를 확보했으며,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의 안보 경계와 맞닿은 전략 공간에서 보다 직접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한편 에리트레아는 급변하는 지역 패권 경쟁 속에서 핵심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했다.

분석가들은 현재의 위험이 전통적인 전면전보다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대립 양상에 있다고 경고한다.

사한 연구소의 라시드 압디 분석가는 국가 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의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대리전의 위험은 매우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평가는 공식적인 전쟁 선전보다는 파트너십 구축, 후원, 그리고 간접적인 압박을 통해 긴장이 고조되어 온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최근 행보와 일치한다.

여기에 더해 이 지역의 내부 정치 상황은 이러한 위험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전략연구센터(ACSS)의 자료에 따르면, 권위주의 성향의 체제들이 아프리카 주요 분쟁에서 불균형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외부 세력이 지역 내 불만을 자신들의 전략적 지렛대로 전환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이는 곧 항만 접근권, 댐 외교, 안보 파트너십이 서로 맞물리며 압박과 대응이 반복되는 구조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티오피아는 이러한 상황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4년 12월, 튀르키예의 중재로 발표된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간의 ‘안카라 선언(Ankara Declaration)’은 외교적 통로를 복원하고 소말리아의 주권 존중을 재확인하며 당장의 긴장을 완화했다.

또한 이번 선언은 에티오피아의 해양 진출 문제를 소말리아를 우회해 추진하는 대신 모가디슈와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논의를 재개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안카라 선언은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보다는 긴장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 이집트-에리트레아-소말리아 간 3자 연대는 여전히 공고하며, 영향력 확보와 상호 신뢰, 지역 패권을 둘러싼 경쟁 역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지속되는 서방의 이해관계

이러한 정세 변화는 역외 강대국들에게도 새로운 개입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인프라 금융, 항만 투자, 그리고 지부티 내 군사 기지를 통해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강력한 상업적·전략적 입지를 구축했다. 이는 아프리카 주요 거점 항만들을 장악해 온 중국의 광범위한 확장 전략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베이징은 지역적 안정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동시에, 정세 불안 상황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고, 향후 어떤 지역 세력이 주도권을 잡더라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천후 전략 역량을 갖추게됐다.

러시아의 영향력은 중국만큼 공고하지는 않으나, 서구의 원조 방식과는 달리 개혁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안보 협력, 군사 지원, 정치적 지지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전역에서 유대 관계를 구축해 왔다.

서방 국가들이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영향력이 사라졌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작전 환경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무역과 원조, 대테러 파트너십은 여전히 아프리카의 뿔 전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변화된 점은 해양 진출권, 나일강을 둘러싼 정치, 지역 안보가 긴밀히 연결되면서 이러한 관계를 관리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효과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지속적인 협력, 더욱 선명한 외교적 신호 발신, 그리고 정당한 국가 이익과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강압적 행위를 분명히 구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서방의 영향력 축소는 동아프리카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이 회랑의 향방을 경쟁 세력에 맡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해결되지 않은 영토 및 자원 분쟁이 국지적 사안으로 머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분쟁은 지역적 경쟁으로 확산되며, 외부 세력이 개입할 여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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