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제1도련선 돌파를 향한 중국의 행보

베이징이 해저 지형 조사를 확대하는 목적은 단순히 항행 기능을 개선하는 데 있지 않다. 이는 오랫동안 중국의 해군력을 제약해 온 지리적 한계를 보완하여, 위기 상황 발생 시 그 구속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2024년 중국 칭다오항에 정박 중인 중국 연구선 둥팡훙 3호(Dong Fang Hong 3). 이 선박은 대만과 괌 인근 해역, 그리고 인도-태평양의 주요 병목 지점등 전략적 요충지에서 반복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량쉬/신화/AFP]
2024년 중국 칭다오항에 정박 중인 중국 연구선 둥팡훙 3호(Dong Fang Hong 3). 이 선박은 대만과 괌 인근 해역, 그리고 인도-태평양의 주요 병목 지점등 전략적 요충지에서 반복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량쉬/신화/AFP]

글로벌 워치 |

제1도련선은 오랫동안 동아시아의 전략적 지형을 규정해 왔다. 일본에서 대만을 거쳐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이 도련선은 중국의 연안 해역과 태평양 본해를 구분하는 경계선이자 해상 이동 경로를 소수의 해협과 수로로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베이징이 직면한 전략적 난제의 핵심이다.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은 도련선 내 주요 함로를 감시하거나 차단하고, 나아가 봉쇄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이 전략적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중국 근해를 벗어나 원해로 진출하는 기동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요소가 된다.

중국의 전략가들이 이 도련선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러한 지리적 제약에서 비롯된다.

2023년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 해군 소속 P-8 포세이돈(P-8 Poseidon) 정찰기가 중국 해경선 주위를 선회하며 감시 비행을 하고 있다. [테드 알지브/AFP]
2023년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 해군 소속 P-8 포세이돈(P-8 Poseidon) 정찰기가 중국 해경선 주위를 선회하며 감시 비행을 하고 있다. [테드 알지브/AFP]

피터 리비 전 호주 해군 무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제1도련선에 갇히는 것에 대해 극도의 강박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표현은 다분히 직설적이지만, 베이징이 추진 중인 해저 지형 조사 캠페인 뒤에 숨겨진 전략적 논리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연구선들이 대만과 괌 인근 해역, 그리고 말라카 해협의 주요 진입로에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민감한 군사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해역은 우연히 선택된 조사 구역이 아니다. 위기 상황 발생 시 베이징이 잠수함과 수상 함대 전력을 태평양 원해로 진출시키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핵심 통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해역은 미국과 동맹국의 잠수함이 남중국해로 진입할 때 거쳐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바시 해협이나 루손 해협과 같은 곳이 이처럼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은 변두리 해역이 아니라 양측 모두에게 열려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관문이기 때문이다.

지리적 이점을 전략적 지렛대로

정밀한 해저 첩보는 단순히 항해도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불확실성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곳에서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미 해군정보국의 마이크 브룩스 소장은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에서 해저 지형 정보가 “잠수함의 항행과 은폐, 그리고 해저 센서 및 병기 배치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정밀한 지형 조사는 군사적 접근에서의 우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은 중국의 연구 활동이 왜 주변국들 사이에서 상당한 불안감을 조성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조사 활동의 상당수가 이미 법적·정치적 민감성이 높은 대만 인근 및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이러한 항해를 단순한 과학적 연구라고 표방하지만 지역 정부들은 이를 훨씬 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즉, 분쟁 해역에서 중국이 보다 지속적이고 군사적으로 유용한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사전 준비 작업이라는 시각이다.

필리핀에 있어 이 문제는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분쟁 해역 내 중국의 활동은 어업권, 해상 에너지 개발 가능성, 그리고 연안 지역사회의 경제적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해상 민병대 선박 배치, 인공섬 건설, 필리핀 어민들에 대한 위협 등 베이징의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그 영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적 조건은 양날의 검과 같다.

중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분산형 수중 감시망과 오랜 지역 협력을 통해 수십 년간 감시해 온 해역에서의 접근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이곳에서의 동맹 측 우위가 비단 미국만의 역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냉전 시대의 유산인 미군의 수중 음향 감시 체계(SOSUS)에 뿌리를 둔 강력한 네트워크, 일본의 해상 감시 역량, 호주의 P-8 포세이돈 초계기 전력, 그리고 정보 공유 체계가 결합된 결과다. 이러한 다층적 협력은 중국이 아직 독자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광범위한 감시망을 주요 진입로에 형성하고 있다.

해상 통로를 향한 압박

그 중요성은 단순히 해군 작전의 차원을 넘어선다. 제1도련선을 따라 위치한 국가들은 안정적인 해상 접근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해상 에너지 수송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만 역시 예측 가능한 상업 해운에 의존한다. 호주 또한 동일한 인도·태평양 무역 체계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 체계에서는 몇몇 해상 통로의 차질이 운송 비용 상승과 운송 일정 지연, 그리고 상업적 위험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태평양 국가들은 훨씬 더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많은 국가들이 주변 해역의 상황을 좌우할 해군 역량은 부족하지만, 운송 지연, 항로 우회, 보험료 인상에는 매우 민감하다.

중국의 해저 지형 조사 캠페인이 단순한 해저 지식 축적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지리적 제약이 주는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위기 상황에서 주요 항로의 폐쇄성을 완화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조사 활동은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동맹측의 작전 계획과 감시망, 수중 통신 체계가 촘촘히 구축된 주요 진입로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은 새로운 해양 전선을 개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을 가로막고 있는 오래된 장벽의 위압감을 덜어내려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캠페인의 진정한 함의다. 베이징은 그저 텅 빈 바다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서태평양 전역의 접근권과 리스크, 그리고 군사적 타이밍을 규정하고 있는 전략적 장벽을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