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고위 장성 피습으로 드러난 러시아의 안보 공백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벌어진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 암살 미수 사건은 러시아 군 수뇌부를 향한 경호망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 암살 미수 사건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조사를 마친 뒤 철수하고 있다. [헥토르 레타말/AFP]](/gc7/images/2026/02/11/54543-afp__20260206__96du463__v1__highres__russiaukraineconflictshooting-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2026년 2월 6일, 러시아 군사정보기관 총정찰국(GRU) 부국장인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이 모스크바 소재 자택 아파트 계단에서 세 발의 총탄에 맞는 피습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소음기가 장착된 마카로프 권총을 사용했으며, 알렉세예프는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당국은 사건 직후 용의자 3명을 특정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시민권자 류보미르 코르바를 총격범으로 지목하고, 모스크바에서 공범 빅토르 바신을 체포했으며, 지나이다 세레브릿스카야는 우크라이나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이번 암살 공작을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러시아 내부 보안 체계의 심각한 허점을 은폐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피습은 결코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의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한 고층 아파트 주변을 경찰들이 지나가고 있다. [헥토르 레타말/AFP]](/gc7/images/2026/02/11/54544-afp__20260206__96du3g3__v2__highres__topshotrussiaukraineconflictshooting-370_237.webp)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이후 고위 관료들을 겨냥한 표적 공격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지만, 주류 언론 보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앞서 2024년 12월에는 러시아군 화생방 방어부대 사령관인 이고르 키릴로프 중장이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훈련국장 파닐 사르바로프 중장 역시 2025년 12월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로 앞선 사례들과 유사한 비극을 맞았다.
반복되는 표적 공격의 양상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매우 우려스러운 흐름을 드러낸다. 암살자들이 러시아의 심장부에서 활보하며 권력 핵심 인사들의 경호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작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 사이에만 군 고위 인사를 겨냥한 암살 또는 암살 미수 사건이 최소 다섯 차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략통신센터는 이번 피습이 근거리 총격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주로 폭발물을 사용했던 과거 우크라이나 관련 사건들과는 차이가 있으며, 오히려 러시아 내부 동기에 따른 범행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알렉세예프와 같은 고위 장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 수칙이 현저히 미흡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건물 내 CCTV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는 GRU 부국장급 인사의 거처에서 발생한 기본적인 관리 부실 사례로, 정치 분석가 기오르기 레비슈빌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최고위 정보 인사 중 한 명을 향한 경호망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국방장관이나 총참모장과 달리, 대부분의 장성들은 전담 경호 인력 없이 표준 보안 수칙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체계 자체가 이미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조사위원회는 이번 알렉세예프 중장 피습 사건을 ‘외국의 사보타주’로 규정했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아랍에미리트(UAE)의 협조를 받아 두바이에서 용의자 코르바를 검거한 뒤, 신속히 신병을 인도받아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발생 직후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한 것은 과거의 전형적인 대응 방식을 반복한 것으로, 국내 문제에서 대중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알렉세예프의 개인적 이력 역시 변수로 거론된다. 그는 2023년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태 당시 협상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 권력 내부에 적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전쟁 장기화로 인한 인적·물적 부담이 커지면서,해외 전투원 모집이 확대되고 이들이 기만·강압·혹독한 전선 환경에 노출된다는 지적까지 겹치며내부 균열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부 취약점
보다 근본적으로는 시스템 전반의 균열이 드러났다는 해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유사한 사건들이 잇따르자, 이례적으로 안보상의 허점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영국의 안보 및 대테러 전술연구소(Tactics Institute)는 알렉세예프 피습 사건을 “확산되는 표적 암살 양상의 일환”으로 규정하며, 러시아가 자국 군 핵심 인사들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만큼 안보 역량이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스카이 뉴스의 도미닉 왜그혼 국제 전문 에디터는 이번 사건을 두고 “러시아 군사정보부 핵심 지휘부 내부에서 발생한 재앙적인 수준의 안보 붕괴”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보안상의 허점은 개인의 신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안전을 이유로 장성들이 자택 대신 집무실에서 숙박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러시아 군 지휘부의 사기와 작전 효율성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동시에 알렉세예프 중장 피습 사건은 러시아가 직면한 더 큰 위기를 드러낸다. 전쟁이라는 외부 갈등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내부 치안과 보안을 유지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