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동향

러시아의 아동 병사 파이프라인: 비디오게임에서 전장 드론까지

국제법상 미성년자의 군사 활동 참여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음에도, 모스크바는 국가가 주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13세 어린이들까지 드론 제작과 조종 훈련을 받고 있다.

러시아 국영 매체 스푸트니크가 배포한 합동 사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3월 2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아동·청소년 단체 ‘퍼스트 운동’ 제4차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알렉세이 마이셰프/AFP]
러시아 국영 매체 스푸트니크가 배포한 합동 사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3월 2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아동·청소년 단체 ‘퍼스트 운동’ 제4차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알렉세이 마이셰프/AFP]

글로벌 워치 제공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뒷받침할 차세대 인력을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비디오게임을 통해 국가의 영재 청소년들을 군사적 목적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한 보고서가 밝혔다.

겉으로는 청소년들의 비디오게임 및 STEM 대회 참여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후원하는 통로로서, 장차 군사용 드론을 제작하고 조종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라고 인사이더 RU는 전했다.

해당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이는 교육·혁신·폭력이 뒤섞인 ‘전쟁 기계’ 속으로한 세대를 끌어들이는 과정이다.

비디오게임에서 전장까지

이 시스템의 핵심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비디오게임 베를로가(곰의 굴)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드론 조종 임무를 수행하며 점수를 얻고, 이 점수는 대학 입학 가산점으로 교환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무해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수한 성과를 내는 참가자들을 선발해 실제 엔지니어링 행사에 초대하는 모집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사이더는 보도했다.

“빅 챌린지”, “아르히펠라고”, “스카트(SKAT)” 등의 이런 행사들은 해커톤 형식으로 진행되며, 참가 청소년들은 로사톰, 수호이, 야코블레프 같은 러시아 주요 방산기업의 과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과제는 민간 목적처럼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드론 탐지 시스템, 레이저 충전기, 폭탄 투하 장치 등 군사적 활용과 직접 연결된다. 참가자들은 프로젝트의 군사적 의도를 숨기도록 지시받지만, 그 진짜 목적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국제법 위반

국제법은 미성년자의 군사활동 참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국가 주도 파이프라인은 13세 어린이들에게 드론 제작·조종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 드론 상당수가 실제 우크라이나 도시 공격에 사용된다. 최근 하루 동안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32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은밀한 프로그램이 불러온 참혹한 인명 피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규모는 엄청나다. 지난해에만 수십만 명의 아동이 사격, 행군, 전쟁 보도를 포함한 전국적 프로그램 ‘자르니스타 2.0’ 같은 군사화된 행사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우수한 참가자들은 전문 군사 행사로 선별돼 전쟁 체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된다.

프로그램 주최자들, 예컨대 ‘베를로가’를 운영하는 알렉세이 페도세예프 같은 인물은 민간적 의도를 내세우면서도 군사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인정한다. 민·군 겸용 전략을 통해 러시아 정부는 청소년들을 착취하면서도 그들의 활동 본질을 감추고 있다.

위기에 처한 세대

러시아의 은밀한 아동 병사 파이프라인은 국가가 어떻게 청소년들을 군사적 이득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섬뜩한 사례다. 비디오게임에서 전장 드론까지, 이 시스템은 러시아의 가장 똑똑한 아이들의 두뇌를 교육과 기회의 이름으로 전쟁 기계 속으로 끌어들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국제법 위반을 넘어 도덕적 비극이다. 러시아는 기술의 이중적 사용을 정상화하며,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을 합법적인 학교 과제로 둔갑시키고 있다. 한 세대의 아이들이 전쟁을 자신의 재능의 자연스러운 연장으로 여기도록 길러지고 있으며, 그들의 창의성은 폭력의 도구로 무기화되고 있다.

국제적 파장

러시아의 은밀한 아동 병사 파이프라인에 대한 폭로는 국제 사회에 시급한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폭로하고 해체할 수 있을까? 미성년자의 전쟁 착취를 막기 위해 어떤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할까?

세계는 주목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의 도덕적 대가, 그리고 전쟁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수단까지 동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시스템에 갇힌 아이들이 치르는 대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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