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동향
나토-러시아 긴장 고조 속, 핀란드의 다목적 방공호가 유럽에 영감을 주다
핀란드는 전쟁 시 거의 모든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공호를 보유하고 있다. 평시에는 이러한 지하 시설들이 여가 활동 공간으로 사용된다.
![3월 27일에 촬영된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이타케스쿠스 지하 수영장의 입구. 핀란드의 지하 시설들은 폭탄 대피소로 활용 가능하며, 유럽이 전시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많은 북유럽 동맹국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알레산드로 람파조/AFP]](/gc7/images/2025/04/07/49904-finlandrussiadefencesecurity-370_237.webp)
글로벌워치/AFP 제공 |
수영장, 놀이터, 놀이공원: 핀란드의 지하 시설들은 폭탄 대피소로도 활용될 수 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전시 대비를 강화하는 가운데 주목받는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40km에 이르는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직전부터 구축되기 시작한 민간 방공호 네트워크는 국방 대비 전략의 핵심이다.
헬싱키 화강암 암반을 깊숙이 뚫어 만든 이타케스쿠스 수영장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객들이 수영을 하거나 사우나를 즐긴다.
핀란드에는 약 560만 인구 중 48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5만 500개의 민간 방공호가 있고, 이타케스쿠스 수영장은 그중 하나다.
![3월 27일에 촬영된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이타케스쿠스 지하 수영장 [알레산드로 람파조/AFP]](/gc7/images/2025/04/07/49886-pool_shelter1-370_237.webp)
![3월 27일에 촬영된 핀란드 헬싱키 소재 메리하카 민간 방공호에 있는 이층 침대 [알레산드로 람파조/AFP]](/gc7/images/2025/04/07/49887-shelter-370_237.webp)
이 수영장은 최대 3,8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72시간 내에 물을 빼고 폭탄 대피소로 전환 가능하다.
30년 가까이 이 시설의 관리 책임자로 일해 온 테무 라티카이넨 씨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은 수영장이 함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방공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핀란드의 안보 전략은 민간 방공호를 포함한 군사력과 전쟁 준비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에 기반하고 있다.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럽의 안보 악화 이후, 핀란드의 전략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덴마크 국방정보국(DDIS)의 보고서에 따르면, 나토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이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러시아는 서방과 갈등 상태에 있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나토와의 전쟁을 준비 중이라고 2월 9일자 국방정보국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행보가 전쟁 개시 결정이 내려졌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는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방폭 터널
헬싱키 중심부에 위치한 메리하카 방공호는 최대 6,0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지하 놀이터, 농구장, 체육관 등을 갖추고 있다.
핀란드 내무부의 야르코 하이리넨 구조 담당 과장은 헬싱키에 있는 또 다른 대형 방공호를 보여주면서 “우리는 항상 평시와 전시에 따라 방공호를 다목적 운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이리넨 과장은 “시민들이 평소에도 방공호 시설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지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마티 페수 선임 연구원은 핀란드가 2023년 나토에 가입한 이후, 사회의 전 영역이 안보에 참여하는 핀란드식 ‘문화적 사고방식’은 자국을 대표하는 특징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방공호는 정부가 유사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덴마크 국왕 부부 프레데릭 10세와 메리 왕비 등 고위 인사들이 메리하카 방공호의 지그재그식 방폭 터널을 둘러보기도 했다.
오랜 전통
하이리넨 구조 담당 과장의 말에 따르면 첫 번째 방공호 건설 관련 법은 1939년 겨울 전쟁 발발 2주 전에 통과되었다고 한다.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100일 넘게 지속되었다.
그는 “당시 핀란드는 민간인들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그로 인해 값비싼 교훈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핀란드의 방공호는 거의 모든 시민을 보호할 수 있다. 수도 헬싱키에는 9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는 수도 전체 인구뿐만 아니라 수천 명의 외부 인원까지 수용 가능한 규모다.
방공호들은 폭발, 건물 붕괴, 방사능, 유독 물질 등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대부분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핀란드에서 연면적 1,200㎡ 이상인 건물이나 주거 단지는 법적으로 방공호를 갖춰야 한다.
핀란드와 유사한 수준의 방공호 접근성을 갖춘 국가로는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이스라엘 등이 있다.
마티 페수 선임 연구원은 “언급된 국가들은 모두 오랫동안 중립 정책을 펼쳐 왔거나 전략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성에게 병역 의무가 있고, 여성의 경우 자원 복무가 가능한 핀란드는 유사시 약 28만 명의 병력을 즉시 동원할 수 있다. 전체 예비군 규모는 약 90만 명에 달한다.
핀란드 정부는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대응해 오는 2029년까지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3%로 증액할 것이라고 4월 1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