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가자지구 재건의 기나긴 여정, 인도주의와 경제 전망

가자지구가 714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복구·재건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더 큰 난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6년 5월 31일 주민들이 가자시티 항구 안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 작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디 파티/누르포토/AFP 제공]
2026년 5월 31일 주민들이 가자시티 항구 안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 작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디 파티/누르포토/AFP 제공]

올하 헴비크 |

거대한 폭발 구덩이와 초토화된 도로, 검게 그을린 건물 외벽은 가자지구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상이 된 반면,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은 가끔씩 전달될 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이어진 이스라엘의 전면 군사작전 여파로 팔레스타인 영토의 일부인 이 지역은 인도주의적 대재앙의 현장이 됐으며, 요르단강 서안은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악의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허가 된 지역의 복구와 재건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많은 이들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는 일에 비하면 오히려 수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수십 년

2025년 10월 10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발효됐다. 하마스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급진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다.

2026년 6월 1일 가자시티 팔레스타인 스타디움에 설치된 임시 천막 옆에서 한 교사가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아흐메드 알 아리니/미들이스트이미지스/AFP]
2026년 6월 1일 가자시티 팔레스타인 스타디움에 설치된 임시 천막 옆에서 한 교사가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아흐메드 알 아리니/미들이스트이미지스/AFP]

이 휴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성사됐다. 일부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파괴로 인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물리적 피해 규모는 352억 달러로 추산됐으며, 경제·사회적 손실도 별도로 합산하면 227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 주택 건설과 보건의료, 교육, 무역, 농업 등 경제 전반의 주요 부문이 초토화됐다. 37만 1천 채 이상의 주택과 전체 병원의 절반 이상이 파괴됐으며, 거의 모든 학교도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쟁은 팔레스타인인 7만 1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7만 1천 명 이상이 부상했으며, 수많은 이들이 잔해 속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돼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는 “가자지구가 2023년 10월 이전의 생활·복지 수준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선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해외 원조가 뒷받침되는 높은 경제성장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3~2024년 가자지구 경제는 87%나 위축됐고, 이에 따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최저 수준 중 하나인 161달러까지 추락했다.

제도 강화

세계은행과 유엔, EU가 2026년 5월 산정한 가장 최근의 피해 규모 추산치에 따르면, 가자지구 복구·재건에는 총 714억 달러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여러 아랍 및 유럽 국가들은 전쟁으로 황폐화된 이 지역을 재건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코 실리어스 유엔개발계획(UNDP) 특별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미 상당히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는 개발 협력 파트너들이 재정 지원뿐 아니라 공공 제도 강화와 기반시설 재건, 특히 에너지·수자원 기반시설 복구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는 보건의료와 교육 시스템 복구의 필요성도 강조하며, 장기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에는 점차 민간 투자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영토의 회복은 재정 지원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경제 시스템의 예측 가능성 회복과 제도 강화, 반복된 분쟁의 그늘 속에서 성장한 세대를 위한 기회 확대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보고서에 명시됐다.

안보에 초점을 맞추다

또 다른 난제는 장기화된 전쟁이 급진적 정서를 더욱 자극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타협과 평화적 해결이 이뤄질 가능성을 갈수록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위원회의 가자지구 고위대표인 니콜라이 믈라데노프는 “우려되는 것은 악화되는 현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분단된 가자지구, 그리고 하마스가 전체 영토의 절반도 안 되는 지역에서 200만 명에 대한 군사·행정 통제권을 쥐고 있는 상화이 굳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가자지구의 또 다른 세대가 천막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채 성장하게 되며, 이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향한 진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 고통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역시 안보를 보장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현실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믈라데토프는 이 같은 미래 가능성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 그리고 중동 지역 전체가 두려워해야 할 일"이라며, 당사자들이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중동 지역 전반의 안보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교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가 발생할 경우 이집트와 요르단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이 본격화되면 이들 국가 내부에서 급진적 반대 움직임이 다시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가자지구 분쟁과 위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국제무대에서 다시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편 팔레스타인 선거 문제도 외교 의제로 다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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