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오커스(AUKUS), 잠수함 협력 넘어 방산 공급망으로 확대
영국과 호주는 오커스를 레이더, 자율체계, 탄약, 핵심 광물까지 포괄하는 보다 광범위한 방위산업 협력체로 확대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2026년 5월 31일(신화통신) --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너머로 보이는 '블루문'으로 알려진 보름달의 모습. [궁빙/신화/AFP]](/gc7/images/2026/06/22/56467-afp__20260531__xxjpbee000282_20260531_pepfn0a001__v1__highres__australiasydneybluemo-370_237.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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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호주는 오커스의 핵심 사업인 잠수함 프로그램을 넘어, 레이더와 자율체계, 첨단 부품,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중심으로 방위산업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는 억지력이 더 이상 대형 무기체계만으로 평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억지력은 동맹국들이 압박 상황에서도 핵심 체계를 개발·생산·수리하고 지속 운용할 수 있는 역량에도 좌우된다.
캔버라와 런던 입장에서 이는 안보 협정을 실질적인 방위산업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열린 호주·영국 방위산업 대화에는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됐다. 당시 양측 장관들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이 더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양국이 첨단 역량을 "개발·생산·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목표는 오커스의 잠수함 프로그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잠수함들이 실전 배치되기 전까지 보다 폭넓은 협력 체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있다.
![오커스 협력의 핵심 축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해온 산업 회복탄력성을 조명한 인포그래픽. 2026 6월 3일. [인포그래픽/AI]](/gc7/images/2026/06/22/56433-aukus-370_237.webp)
한층 깊어지는 레이더 협력
레이더 분야는 협력의 성과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역 중 하나다.
호주와 영국 양측은 영국의 방위 프로그램에 호주의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두 정부는 향후 의사결정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기술적 위험 저감 작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실질적인 협력 방식이다. 레이더와 전자전, 센서 체계는 대형 무기체계보다 빠르게 개량·통합할 수 있다. 또한 공중·해상·지상 영역 전반에 걸쳐 활용도가 높아, 조기경보와 표적 식별, 생존성이 억지력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지역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호주 방위산업장관 팻 콘로이는 런던 회담 후 발언에서 이번 협의를 통해 레이더 협력 심화와 합동 전투기 관련 작업, 지향성 에너지 무기 개발 노력 강화 등을 포함한 "중대한 성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MQ-28A 고스트 배트 역시 이 같은 광범위한 협력 구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호주는 2026년 우메라에서 진행될 MQ-28A 시험평가에 영국 관계자들을 초청했으며, 양국은 향후 영국 내 시범 운용 가능성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양측 장관들은 소프트웨어 기반 작전·임무계획 도구와 지향성 에너지 체계 분야의 협력도 강조했다.
이러한 협력 조치들은 오커스가 단순한 잠수함 협력 체제를 넘어, 보다 광범위한 전략 협력 구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5월 발표 역시 이 같은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당시 호주와 영국, 미국은 오커스 틀 안에서 무인잠수정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관련 장비는 오는 2027년부터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이 체계가 정찰과 타격, 대잠전, 기뢰 대응, 전자전은 물론 분쟁 위험이 높은 연안 해역에서의 작전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고 보도했다.
전략적 논리는 분명하다. 대형 무기체계는 여전히 필수적이지만, 미래 군사적 우위는 센서와 소프트웨어, 자율체계, 그리고 이를 신속하게 연계하는 능력에도 크게 좌우될 것이다.
공급망 강화
두 번째로 부각되는 핵심 의제는 산업 회복탄력성이다.
양국 정부는 첨단 무기체계의 기반을 이루는 탄약, 에너지 물질, 핵심 광물, 기타 핵심 부품의 안정적 조달·확보에 한층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공동성명에 따르면 영국과 호주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자에 대한 안정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물질 공급망 회복력 강화와 탄약 공급, 핵심 광물, 정보 공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의 여러 분쟁은 탄약 비축분과 드론 부품, 정밀무기 체계가 순식간에 전력 운용을 제약하는 병목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방위산업 정책은 이제 단순한 조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취약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호주는 탄탄한 핵심 광물 자원 기반과 정제·가공 등 하류 처리 역량 확대 노력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많은 파트너 국가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호주 지질조사소는 호주가 정제·가공 등 하류 처리 역량을 확대하고, 핵심 광물 분야에서 안전성과 신뢰성, 윤리성을 모두 갖춘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의 핵심광물전략 역시 이 분야를 공급망 회복력과 첨단 제조 역량, 전략적 파트너십을 떠받치는 중추적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협력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공급망 의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 호주 입장에서는 원자재 수출에 머물지 않고 고부가가치 방산·기술 생산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분석가들도 이 같은 흐룸에 주목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오커스가 미국·영국·호주 3국 모두의 방위산업 기반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필러2가 기술 협력을 실제 배치 가능한 역량으로 전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약 요인도 적지 않다. 영국과 호주는 일부 고도 기술 분야에서 앞으로도 미국 의존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오커스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은 이 협정이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강하게 비판해왔으며, 호주 내부에서는 비용과 인도 일정, 전략적 위험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방위산업 협력이, 간판 사업으로 전면에 내세워진 잠수함 프로그램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영국과 호주는 레이더, 자율체계, 핵심 광물, 탄약 공급망에 초점을 맞추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 발표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당장의 활용 가치는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제 억지력은 동맹국들이 어떤 전력을 배치할 수 있느냐뿐 아니라, 압박 속에서도 무엇을 계속 생산해낼 수 있는냐에 좌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