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폴란드·우크라이나, 과거사 둘러싼 위험한 갈등에 직면
러시아가 유럽 동부 전선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전시 민족주의 단체에 공식 예우를 부여한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키이우의 핵심 안보 협력 관계 중 하나를 시험대에 올렸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기가 인도주의 지원 철도 노선 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이 이미지는 해소되지 않은 역사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 협력과 결속의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 생성 일러스트/글로벌 워치]](/gc7/images/2026/06/18/56571-chatgpt_image_jun_11__2026__09_02_08_am-370_237.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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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을 떠받치는 것은 무기와 병력, 서방의 재정 지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유럽 연결 통로를 계속 열어 두는 국가들과의 정치적 신뢰에도 달려 있다.
그 정치적 신뢰는 이제 과거사 문제 앞에서 시험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반란군(UPA)과 관련된 명예 칭호를 자국 특수작전부대에 부여하면서, 키이우와 바르샤바 사이의 가장 민감한 갈등 중 하나가 다시 불붙는 계기가 됐다.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UPA는 소련에 맞선 우크라이나 독립투쟁의 일부로 기억된다. 반면 많은 폴란드인들에게 UPA는 무엇보다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폴란드 민간인을 살해한 볼히니아 학살의 기억과 깊이 결부돼 있다.
![2024년 7월 11일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시민들이 현수막과 폴란드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행사 참가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볼히니아와 동부 갈리치아에서 우크라이나인에 의해 희생된 폴란드인 집단학살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베아타 자브젤/누르포토/AFP]](/gc7/images/2026/06/18/56570-afp__20250712__zawrzel-commemor250711_nplmd__v1__highres__commemorationofpolishvicti-370_237.webp)
폴란드는 당시 약 10만 명의 폴란드계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키이우는 이를 집단학살로 규정한 폴란드의 입장에 반박하며, 당시 폭력을 우크라이나인 희생자도 발생한 더 광범위한 전시 충돌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역사 인식 차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 갈등의 심각성을 키우는 것은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시점이다.
폴란드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핵심 전시 협력국 중 하나다. 정치적 후원국이자 우크라이나인들의 피난처이며, 서방 군사 지원을 위한 핵심 물류 통로 역할도 하다. 나토는 폴란드 내 물류 허브가 매달 약 1만8천 톤 규모의 우크라이나군 지원 물자 운송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과거사 인식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상징적 충돌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과거사에서 비롯된 갈등을 전략적 필요와 구분해 다룰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문제다.
전략적 협력을 시험대에 올린 과거사
이번 논란의 발단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5월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산하 '북부' 독립특수작전센터에 '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부여하는 대통령령을 공표한 데 있다.
키이우는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독립 수호에 기여하는 부대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바르샤바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날카로웠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흰독수리 훈장위원회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된 최고 국가훈장의 박탈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훈장은 젤렌스키가 2023년 당시 안제이 두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해당 자문기구는 지난 6월 8일 회의를 열고 나브로츠키 대통령에서 의견을 제출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보도에 따르면 최종 결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이번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수습에 나섰다. 그는 나브로츠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직접 대화를 촉구하며 "갈등은 모스크바에 이롭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이 중요한 이유는 이번 갈등이 내포한 전략적 위험을 정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역사적 상처를 새로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그 상처는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이 갈등이 우크라이나 방어와 유럽 안보 체계의 핵심 축인 두 나라 사이의 신뢰를 약화시킬 경우, 모스크바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또한 이번 명칭 부여 결정에 "반폴란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히며 양국의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해당 부대 장병들이 폴란드를 모욕하려 한 것이 아니라, 모스크바에 맞선 저항을 기념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설명에 진정성이 있다 해도 정치척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폴란드에서 볼히니아의 기억은 사소한 역사적 논쟁이 아니다. 가족의 트라우마와 국가 정체성, 유해 발굴, 과거사 인정과 역사적 표현 문제를 둘러싼 오랜 불만이 복합적으로 얽힌 민감한 사안이다.
우크라이나에서 UPA의 역사적 의미는 러시아 지배에 맞선 자국의 투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은 2014년 이후 강화됐으며,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역사 인식은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
신뢰 회복이 필요한 동맹
이번 갈등은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이 한층 복잡해진 가운데 불거졌다.
전쟁 피로감과 난민 정책, 곡물 수입을 둘러싼 갈등, 국내 정치 경쟁은 모두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더해 나브로츠키 대통령 집권 이후 과거사 문제는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정책에서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를 외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폴란드의 전략적 이해는 여전히 분명하다. 주권을 지킨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폴란드 동부 전선의 안보를 강화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 환경은 전면전 발발 초기 몇 달과 달리, 이런 갈등에 예전만큼 관대하지 않다.
키이우는 이번 논란을 분명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군사 전통을 스스로 형성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전쟁 중 이뤄지는 상징적 행보는 외교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정치적·경제적·물류적 부담을 크게 짊어져 온 이웃 국가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자극할 때는 더욱 그렇다.
바르샤바가 직면한 과제는 다르다. 폴란드가 희생자 인정과 지속적인 유해 발굴을 요구하는 데에는 충분한 정당이 있다. 그러나 흰독수리 훈장 박탈 문제를 공개적 대립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갈등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다.
더 바람직한 대응은 침묵이 아니라 절제된 외교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이는 유해 발굴 지속, 공동 역사위원회 운영, 신중한 공개 발언, 그리고 양국 내부 정치로 양측 입장이 더 굳어지기 전에 이뤄지는 정상 간 직접 소통을 의미한다.
이는 러시아의 전쟁으로 해당 사안의 중요성이 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신뢰가 깨진다고 해서 과거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들 뿐이다.
UPA 논란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이 문제가 과거사 인식과 주권, 안보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역사적 진실이 인정되기를 원하고,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에 맞서 싸워온 자국의 저항 역사가 존중받기를 원한다. 두 나라 모두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데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두 나라가 각자의 목표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느냐다.
두 나라가 이를 막지 못한다면, 부대 명칭을 둘러싼 논란은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모스크바가 파고들 정치적 틈을 만들고, 유럽의 결속을 약화시키며, 해소되지 않은 과거사가 현재의 전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