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걸프 국가들, 전략적 선택지 확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는 기존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무역·에너지·외교를 활용해 더 큰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하고 있다.

황혼을 배경으로 부르즈 할리파가 보이는 두바이 도심의 야경. [제라인트 텔렘/로버트 하딩 RF/로버트 하딩/AFP]
황혼을 배경으로 부르즈 할리파가 보이는 두바이 도심의 야경. [제라인트 텔렘/로버트 하딩 RF/로버트 하딩/AFP]

글로벌 워치 |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는 기존 파트너들과의 관계 단절로 비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전략적 기동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2026년 이들의 접근 방식은 전통적인 비동맹도 아니고 특정 방향으로의 전환도 아니다. 이는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용적 노력에 가깝다.

걸프 왕정국가들은 오랜 안보 협력 채널은 유지한 채, 아시아·유럽·아프리카·글로벌 사우스 전반에서 경제·에너지·기술·외교적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유연성은 이제 국가 전략이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는 더 큰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경제·에너지·기술·외교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오픈AI/글로벌 워치]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는 더 큰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경제·에너지·기술·외교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오픈AI/글로벌 워치]

시장을 통한 자율성

첫 번째 방법은 경제다. 사우디의 ‘비전 2030’, UAE의 무역·물류 중심 모델, 카타르의 가스 기반 투자 전략은 모두 공통된 전제를 갖고 있다. 국가 역량은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경제 구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상품, 하나의 구매자, 하나의 외교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그 결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세계은행은 걸프협력회의(GCC)의 경제 성장률이 예상 원유 생산 변화에 힘입어 2025년 3.2%에서 2026년 4.5%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가 중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우디의 비석유 부문 활동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점은 중요하다. 경제 다변화는 진전되고 있지만, 탄화수소 산업은 여전히 재정, 무역수지, 투자 역량을 좌우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전략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채텀하우스의 분석가 사남 바킬은 사우디가 국내 개혁, 중국과의 경제 협력, 다중 정렬 기반의 지역 영향력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어려운 균형 잡기”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 표현은 사우디 전략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하나의 전략적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다.

사우디 투자부 장관 칼리드 알 팔레도 이를 보다 단순하게 설명했다. 그는 중국 및 미국과의 관계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거래적·발전 지향적 접근이다.

UAE는 다른 경로를 활용하고 있다. 무역협정, 항만, 항공사, 금융 중심지, 자유무역지대는 자국의 지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제공한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걸프 시장이 만나는 플랫폼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카타르의 영향력은 에너지 신뢰성에 기반한다. 카타르에너지는 노스필드 확장 사업을 통해 LNG 생산 능력이 연간 7,700만 톤에서 2027년 1억2,600만 톤, 2030년에는 1억4,200만 톤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하가 아시아와 유럽 고객들의 에너지 안보에서 장기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의미다.

또한 이는 카타르에 외교적 영향력도 제공한다. LNG 수익, 국부펀드 투자, 중재 외교는 지역 리스크가 통제되는 범위 내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선택지를 갖춘 안보

안보는 여전히 어려운 제약 요소다. 지리적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걸프 지역은 이란, 호르무즈 해협, 홍해, 그리고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운송로와 인접해 있다. 경제적 야망은 이러한 항로를 개방 상태로 유지하고, 지역 긴장이 무역·보험 비용·에너지 흐름으로 확산되는 위험을 줄이는 데 달려 있다.

이 현실은 기존 파트너들과의 방위 협력이 계속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동시에 걸프 국가들이 다른 정부 및 기업들과 무기 조달·기술·인프라 협력을 확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GCC 국가들은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입의 20%를 차지했다. 이는 구조적 현실을 보여준다. 걸프 국가들의 자율성은 자급자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속적인 안보 취약성을 관리하면서 행동의 여지를 넓히는 것을 뜻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 역시 같은 논리를 따른다. UAE의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는 연간 약 40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며, 이는 국가 전력 수요의 약 25%에 해당한다고 에미리트 원자력에너지공사는 밝혔다. 사우디와 UAE는 재생에너지, 수소, 산업 탈탄소화에도 투자하고 있다.

카타르에는 가스가 여전히 핵심 전략 자산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카타르와 북미를 중심으로 한 신규 LNG 생산 능력이 세계 가스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공급 확대 속에서 더욱 신중한 시장 포지셔닝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외교는 마지막 단계다.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브뤼셀이 GCC 국가들과 양자 전략 파트너십 협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EU-걸프 관계에는 “막대한 미개척 잠재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논의 분야에는 경제 다변화, 디지털화, 연결성, 안보 협력이 포함된다.

이처럼 폭넓은 협력은 걸프의 자율성 확대 전략을 단순히 한 강대국을 다른 강대국으로 대체하는 문제로 볼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여러 채널을 동시에 구축하는 데 있다.

물론 이 전략에는 위험도 따른다. 협력 관계가 확대되면 상충하는 기대, 기술 규제, 금융 노출, 외교적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는 이제 선택의 다양성 자체가 안보의 한 형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신중히 관리할 경우, 더 실질적인 역량을 갖춘 파트너,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시장, 그리고 향후 10년간 충격을 더 잘 흡수할 수 있는 걸프 지역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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