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베이징 압박 이겨낸 파라과이, 대만과 확고한 동맹 유지

파라과이는 소국이 원칙과 실용주의를 조화시켜 강대국의 압박에 맞서고, 나아가 국제사회의 전반적 안정성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6년 3월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라이칭더 총통이 제7차 전사회 방위 회복력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2026년 3월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라이칭더 총통이 제7차 전사회 방위 회복력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글로벌 워치 |

2026년 5월 7일, 파라과이 대통령 산티아고 페냐는 타이베이의 청중들에게 양국 관계가 단순한 외교 그 이상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냐 대통령은 “파라과이와 대만은 민주주의, 자유, 제도에 대한 신뢰, 그리고 성실한 노동의 존엄성이라는 견고한 토대 위에 쌓아 올린 우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양자 관계는 외교적 형식 절차를 훨씬 뛰어넘는다”며, “그 관계는 구체적인 행동과 가시적인 성과, 그리고 양국 모두를 위한 실질적인 기회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몇 시간 앞서 베이징에서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이 한층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향해 광범위한 강압적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하나의 중국” 원칙이 보편적 합의임을 내세우며, 파라과이가 “역사의 바른 편에 서서” “대만 당국”과 단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6년 3월 13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그룹 연례회의에서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다니엘 두아르테/AFP]
2026년 3월 13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그룹 연례회의에서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다니엘 두아르테/AFP]

이러한 공방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중대한 외교 경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파라과이는 남미에서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국가로, 전 세계에서도 대만과 수교한 12개국 가운데 하나다. 양국 정부의 외교 관계는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무역과 투자 약속을 대가로 베이징으로 외교 노선을 전환했지만, 파라과이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러한 선택은 이 같은 동맹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는 중국이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제약을 가하고, 소국들이 외부 압박에 저항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며, 강압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가치와 실용주의의 만남

파라과이의 선택은 감상적이거나 무모한 결정이 아니다. 이는 공동의 가치와 경제적 실익을 냉철하게 고려한 결과다.

대만은 파라과이 농업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대만은 파라과이 돼지고기 수출의 약 80~90%를 흡수하고 있으며, 파라과이산 소고기의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 대가로 타이베이는 개발 원조와 더불어 농업, 의료, 교육, 재생 에너지 분야의 기술 협력을 제공하며, 우대적 시장 접근권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강대국들이 흔히 요구하는 정치적 조건 없이도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고 있다.

베이징은 파라과이를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거대한 소비시장 접근 확대와 인프라 금융 지원 등 익숙한 유인책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페냐 대통령은 대만과 단교한 뒤 중국과 수교한 다른 국가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경험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거듭 선을 그어 왔다.

중국과 수교한 국가들의 농산물 수출업자들은 중국이 약속했던 구매 규모가 예상보다 작거나 실제 이행 속도가 더디다는 사실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시에 값싼 중국산 수입품이 현지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자국 생산업체들을 밀어내는 현상도 나타났다.

파라과이는 친무역·저관세 경제 구조 속에서 이미 안정적인 통화와 저렴한 수력 발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경우 공급망 취약성, 시장 교란, 그리고 정치적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중국과 연계된 사이버 활동과 인프라 프로젝트가스파이 행위, 주권 침해, 그리고 전략적 영향력 행사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만의 지원은 안정적이고 다각화된 성격을 보여 왔다. 대만은 파라과이의 기존 무역 관계를 잠식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실용적 계산은 경제학자 출신인 페냐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가치 중심적이면서 동시에 전략적으로 건전한 관계로 지속적으로 정의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공고해지는 글로벌 안정성

파라과이의 이러한 입장은 단순한 양자 관계를 훨씬 넘어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중국으로서는 파라과이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상징적 승리를 의미할 수 있다. 이는 남미에서 대만의 마지막 외교적 거점을 제거하는 동시에, 서반구 전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또 하나의 진전이기 때문이다.

반면 대만과 그 파트너들에게 이 관계는 강압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국제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내륙 소국이라 할지라도 강대국에 '아니오'라고 말하면서도 충분히 번영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이러한 저항은 워싱턴에서도 파라과이에 대한 조용한 존중을 이끌어냈다. 페냐 정부는 최근 국방 협력 협정 체결과 고위급 인사 교류를 포함해 미국과 긴밀한 실무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더 큰 흐름에 주목한다. 미 육군 전쟁대학(U.S. Army War College)의 라틴아메리카 전문가 로버트 에반 엘리스는 파라과이의 일관된 입장이 역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노력 속에서 파라과이를 일종의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시켰다고 분석했다.

파라과이의 이러한 태도는 베이징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하는 다른 국가들에게 외교적·경제적 선택지를 유지하게 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공급망, 에너지 안보, 그리고 농산물 무역로가 갈수록 정치화되는 시대에 이와 같은 동맹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관계는 특정 강대국이 경제적 의존도나 외교적 고립을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약화시킨다.

또한 이는 소국들도 여전히 독자적인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원칙을 공고히 한다. 비록 그 규모는 작을지라도 이러한 동맹은 강대국 간 경쟁이 일방적인 패권 지배로 치닫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파라과이가 대만 해협의 최전선에 서 있는 핵심 당사국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대만을 향한 파라과이의 흔들림 없는 지지는 더 큰 메시지를 던진다.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의 원칙 기반 파트너십은, 비록 그것이 예상 밖의 조합일지라도 평화와 안보가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는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다.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세계에서, 남미의 작은 국가가 보여주는 이러한 조용하지만 확고한 결의는 그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영향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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