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중국, 이란과 줄타기
베이징은 그동안 대이란 정책을 실용적 경제 협력으로 포장해왔으나, 최근 정황은 양국 관계가 보다 복합적으로 얽혀가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2026년 3월 6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 석유 터미널에 원유 운반선 '뉴 호라이즌'호가 접안해 있다. [CN-STR/AFP]](/gc7/images/2026/05/08/55902-afp__20260306__a27k4vy__v2__highres__chinaeconomyoil-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중국과 이란의 관계를 단순 교역으로 단정하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감시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베이징의 중동 진출 확대는 중국의 중동 자원 의존 구조가 지닌 취약성을 드러내며, 제재와 에너지 공급, 지역 안보 등의 문제와 맞물려 확대되고 있다. 한때 기회주의적 에너지 확보 전략으로 평가받았던 중국의 행보는 이제 보다 광범위한 기술·안보 문제의 일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란의 중동 내 군사 압박 공세가 결코 개별적 사안에 그치지 않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휴전과 석유 공급, 외교적 재조정이 긴밀히 맞물린 지역 환경 속에서, 수익과 공급망, 항법 시스템에 더해 외교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생태계에서 유일한 외부 행위자는 아니지만, 점차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란 전쟁 격화로 유가 급등세 속, 2026년 3월 10일 중국 상하이의 시노펙 주유소 전경. [잉 탕/누르포토/AFP]](/gc7/images/2026/05/08/55901-afp__20260310__tang-notitle260310_nptcc__v1__highres__oilpricesurgeinchina-370_237.webp)
상업적 명분을 넘어선 행보
베이징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자제와 대화, 안정을 주요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메세지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노출 규모와 중국 연계 네트워크를 둘러싼 국제적 감시 강화와 상충하는 양상을 보이며 불편한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이 경제적 상호의존을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시점에서, 중국의 대 이란 정책은 역내 리스크와 사실상 분리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중국이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최대 원유 수입국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2021년 체결된 중국-이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이 향후 25년간 경제·안보·기술 협력 전반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양국 관계는 이란 정부에 선택지를 제공한다. 중국에 대한 할인 원유 판매는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불투명한 해운·금융·중개 네트워크는 제재의 실효성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선 데 있다. 중국과의 교역은 이란이 외부 압박을 견뎌내고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보다 광범위한 구조적 틀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최근 워싱턴의 제재 조치는 이 사안이 얼마나 엄중하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6년 4월 24일, 미 재무부는 헝리석유화학(다롄) 정유공장을 비롯해 약 40개 해운사와 선박을 제재 대상에 올리며, 중국 내 독립 정유업체들이 "이란의 석유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이번 제재 조치가 "이란이 의존하는 선박·중개인·구매자 네트워크를 강하게 옥죄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러한 조치를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의 제기에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원유·금융·물류·이중용도 조달 전반에서 유사한 양상이 반복되면서 책임을 부인하는 베이징의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과 영향력
더욱 민감한 사안은 군사·기술적 지원 여부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이 중국산 부품이나 위성항법 데이터, 또는 중국 시장을 경유한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연구기관은 중국·러시아·이란이 통합된 공급망을 통해 드론과 항법 시스템 등 군사 역량을 뒷받침하는 보다 광범위한 제재 회피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모든 거래가 베이징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다는 뜻도 아니며, 중국이 페르시아만에서 공공연한 군사적 충돌을 의도하고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보다 정확한 해석은 실제 상황이 더 전략적이며, 훨씬 더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데 있다. 중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 긴장 완화를 촉구하면서도 이란이 서방의 압박을 견뎌내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를 용인하고 있다.
이 같은 줄타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은 이란보다 걸프 국가들과의 교역·투자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훨씬 더 크게 형성돼 있고, 중동 지역을 통한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의존도도 높기 때문이다.
해상 운송 교란과 유가 상승, 주요 중국 기업들에 대한 2차 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중동 위기는 결국 베이징의 자국 이익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여전히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최근 헝리 정유공장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가 해당 시설의 규모를 고려할 때 제재 수위를 대폭 높인 조치로서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과 중동의 시각에서 보면 결론은 분명하다. 중국의 상업 네트워크가 군사적 불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한, 중국을 단순한 중립적 경제 주체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동시에 관련 정책이 노골적인 반중(反中) 수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긴장 고조가 아니라 책임 규명에 있다.
베이징은 선택해야 한다. 자국의 영향력을 활용해 이란에 자제와 투명성을 촉구할 것인지, 아니면 외교와 이란의 영향력 행사를 사실상 용인하는 회색지대에서 기존 방식을 이어갈 것인지다.
첫 번째 선택은 중국이 스스로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 온 입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선택은 안보와 안정을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이 실제 행동과 점차 동떨어지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