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스페인, 중국과 밀착 관계 속 전략적 리스크 확대
스페인과 중국의 새로운 무역 협력 확대는 마드리드의 재정 적자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이는 선별적 시장 개방과 구조적 의존을 심화시키는 중국의 전형적인 대외 경제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2026년 4월 13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오른쪽)가 베이징 중국과학원대에서 명예교수로 위촉된 뒤 기념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안드레스 마르티네스 카사레스/AFP]](/gc7/images/2026/04/24/55667-afp__20260413__a7kq9nr__v1__highres__chinaspaindiplomacy-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지난 4년간 네 차례 베이징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번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며, 시진핑 국가주석 참석 아래 서명된 새로운 협력 문서를 함께 가져왔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방문을 시장 접근 확대와 대중 무역 불균형 완화를 위한 실용적 행보로 규정했다. 그러나 브뤼셀에서는 정책 전반에 걸친 논의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 중국과의 교류는 더 이상 단순한 수출 성과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이미 취약한 공급망에서 전략적 리스크를 더 키우는지 여부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로이터 통신은 2025년 스페인의 대중 무역적자가 약 500억 달러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전체 무역적자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4%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무역적자 규모는 스페인 정부가 농업·인프라·기술 분야에서 점진적인 시장 개방을 추진하는 배경이 된다. 동시에 이러한 성과가 유럽연합(EU) 내부에서 엄격한 검증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다. EU 집행위원회는 시장 접근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비대칭'을 이유로 EU-중국 경제 관계가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고 규정했다.
![2026년 4월 14일 베이징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페드로 파르도/AFP]](/gc7/images/2026/04/24/55668-afp__20260414__a7pt9g3__v1__highres__chinaspaindiplomacy-370_237.webp)
상호 개방에 대한 약속
양국 정상은 조속한 가시적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협력 조치를 추진했다. 중국은 돼지고기와 체리를 포함한 스페인산 수출품에 대한 시장 접근 확대를 약속했으며, 양측은 과학·교육·영화·교통·인프라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양측은 중국-유럽 화물열차와 친환경 해운 노선의 추가 발전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문서상으로 보면 이 같은 조치는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조적으로 여전히 불균형 상태에 있다. 스페인이 수입하는 중국산 제조품과 전자·기계류가 대중 수출 규모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양측 간 교역 불균형이 이번 방문의 의미를 한층 부각시킨다.
일부 수출 품목에 대한 선택적 시장 개방은 외교적 신뢰 구축과 국내 정치적 성과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교역 구조의 근본적인 불균형을 실질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동시에, 물류와 인프라 협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운영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는 중국이 무역과 인프라를 함께 동원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회의 경제안보 관련 보고서는 적대적 행위자가 '상호 의존성을 무기화'할 수 있다고 명확히 경고하고 있다. 또한 EU 집행위원회의 2025년 경제안보 관련 자료에서는 '의존성의 무기화'를 유럽 공동체에 대한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양자 협력이 전략적 리스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협력의 정당성을 먼저 입증해야 하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해당 협력이 당장 상업적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아니라, 분야별 협력이 반복될수록 유럽이 향후 더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지 여부다.
중국 연구기관 메릭스(MERICS)는 유럽 국가들이 중국 관련 취약성을 측정하고 완화하는 방식에서 여전히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 결과 '리스크 완화(de-risking)'이 공식 정책 기조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전체가 전반적으로 '더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대가가 따르는 협력
이번 방문의 외교적 의미는 이 같은 긴장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시진핑은 양국이 '정글의 법칙'을 배격하고 다자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이 중국과 유럽 간 건설적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며, 베이징이 국제적 위기 대응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은 양측 모두에 정치적으로 상당한 이익이 된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상업적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둘 수 있고, 중국 입장에서는 주요 EU 국가들이 여전히 대결보다는 대화를 선호한다는 기존 인식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양국 관계가 여전히 실용성과 상호 이익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세계 2위 경제국과의 대화 채널 유지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정책 당국은 상업적 관계를 전략적 관점에서 더 이상 중립으로 보지 않는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비대칭성 문제를 강조해온 점과 EU의 복원력 강화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는 흐름은 유럽 전반에 걸쳐 확인된 뼈아픈 교훈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의존은 정치적 변수로 드러나기 훨씬 이전부터 조용히 누적되며, 결국장기적으로 취약성을 드러낸다.
이 대목은 산체스 총리의 이번 베이징 방문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스페인은 적지 않은 수출 증가와 단기적인 외교적 이익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방문으로 구조적 불균형을 실질적으로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합의가 보다 명확한 복원력 전략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마드리드는 단기적으로는 상업적 실익을 얻는 대신,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