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러시아의 북극 쟁탈전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북유럽 북극권은 위험천만한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핵잠수함 보루 요새화에 박차를 가하고, 중국은 자원과 항로 확보를 향한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양국이 이곳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면 전 세계 안보는 근간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다.

2025년 3월 27일 북극권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서 수병들이 러시아 대통령이 주관하는 '프로젝트 885M 야센-M'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페름(Perm)'호의 진수식에 화상 연결 방식으로 참석하고 있다. [가브릴 그리고로프/POOL/AFP]
2025년 3월 27일 북극권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서 수병들이 러시아 대통령이 주관하는 '프로젝트 885M 야센-M'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페름(Perm)'호의 진수식에 화상 연결 방식으로 참석하고 있다. [가브릴 그리고로프/POOL/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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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린 얼음이 새로운 항로와 막대한 자원의 문을 열면서, 북극은 더 이상 얼어붙은 변방이 아니다. 이제 이곳은 러시아의 핵전력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맞물리는 일촉즉발의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

북극항로 등 주요 항로의 운항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무역과 군사적 접근성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으며, 한때 동토의 개척지에 불과했던 이 지역은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방 당국들은 북극 내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공고해질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북방 방어망이 약화되고 대서양 증원 항로가 복잡해질 수 있으며, 결국 지역의 균형이 권위주의 세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러시아의 핵 보루

러시아는 북극을 자국의 전략적 생존을 위한 초석으로 인식하고 있다.

2025년 3월 26일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열린 국제 북극 포럼(International Arctic Forum) 중 "북극과 북극항로: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 세션에 중국 뉴뉴해운(Newnew Shipping Line)의 커진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올가 말체바/AFP]
2025년 3월 26일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열린 국제 북극 포럼(International Arctic Forum) 중 "북극과 북극항로: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 세션에 중국 뉴뉴해운(Newnew Shipping Line)의 커진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올가 말체바/AFP]

콜라반도에는 러시아 해상 핵 억제력의 상당 부분과 북방함대 사령부가 자리 잡고 있어, 유럽 북극권은 모스크바의 전략적 계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 함선은 모스크바의 2차 타격(second-strike) 핵 억제력의 근간을 이루며, 북극 해빙 아래에서 파괴적인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 핵 보루를 수호하는 것은 러시아 북극 전략의 최우선 과제다.

러시아는 첨단 방공망과 해안 미사일 시스템, 그리고 신규 기지들을 통해 나토군으로부터 자국 잠수함을 보호하기 위한 접근 거부 구역을 형성하고 있다.

북극 전역에서러시아 당국은 구소련 시절의 인프라를 재가동하는 한편 군사 전초기지를 확장해왔다. 또한 미사일 방어 체계를 원자력 쇄빙선 및 첨단 잠수함 전력과 결합해, 북극이 러시아의 경제적 생명선이자 방어적 완충지대라는 주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나토는 북극에서 활동하는 러시아의 핵무장 잠수함이 유럽과 미국의 안보에 갈수록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콜라반도에 위치한 러시아 최대 해군 기지는 대서양으로 나가는 직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 북극권에 대한 통제력을 공고히 할 경우, 주요 해로를 차단하고 위기 상황 시 나토의 증원 병력 이동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자국의 핵 함대를 더욱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노르웨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북극과 북대서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콜라반도에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모스크바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이러한 성역화된 전략 거점이 견제 없이 방치될 경우, 기존의 전략적 안정성이 훼손되고 북대서양은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북극을 노리는 중국

중국은 북극권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빙상 실크로드(Polar Silk Road) 구상을 통해 이 지역을 장기 전략의 핵심 요충지로 편입시켰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일부 항로에서는 아시아-유럽 간 운송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하고 쇄빙선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로서는 특정 계절에만 이용 가능한 통로라는 한계가 있다.

널리 인용되는 2008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의 약 13%, 미발견 천연가스의 30%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첨단 산업에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핵심 광물 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러시아는 베이징의 북극 진출을 위한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측 구매자들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의 북극 LNG 프로젝트로부터 계속해서 물량을 받아가고 있다. 이는 모스크바의 북극 에너지 야망을 실현해 주는 핵심 경제적 출구로서 베이징의 역할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이클 스프라가 미국 북극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협력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양상도 복잡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나토 역시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깊어질수록 상업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을 동시에 충족하는 이중 용도 인프라가 구축될 위험이 커진다.

이 연대가 공고해질 경우 글로벌 무역 경로가 재편되고 핵심 인프라가 위협받는 등, 북극의 규범 기반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의 군사력과 중국의 경제력이 결합하면서 북극의 지형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대서양 해상 항로와 핵 억제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는 반면, 시장에서는 새로운 에너지·광물 공급망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가 북극으로 향하는 길을 앞당기고 있다면, 그 길 위에서 경주를 촉발하는 것은 지정학적 야심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핵 생명선을 지키기 위해, 중국은 미래의 상업적·전략적 이권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서방 당국자들은 북극 내 러시아와 중국의 공조가 깊어질수록 주요 항로와 자원,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이 넘어가고, 결국 유럽-대서양 안보 체제가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얼어붙은 북방의 땅이 녹아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통제권을 거머쥐기 위한 거대한 쟁탈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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