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오르반의 우크라이나 자금 압수, 모스크바 하이브리드 전술의 실체를 보여주다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수백만 달러를 압수한 이번 사건은 모스크바의 하이브리드 전쟁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친크렘린 성향의 지도자들을 이용해 젤렌스키 정부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약화시키려는 수법이다.

2026년 3월 6일 나무 탁자 위에 압수된 유로화 지폐 뭉치와 금괴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헝가리 정부/ 헝가리 정부 공식 페이스북]
2026년 3월 6일 나무 탁자 위에 압수된 유로화 지폐 뭉치와 금괴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헝가리 정부/ 헝가리 정부 공식 페이스북]

글로벌 워치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맞서 자국을 방어하는 가운데, 전장의 군사적 공격과 더불어 유럽 전역에 걸친 사보타주와 사이버 공격, 정치적 교란을 병행하는 모스크바의 하이브리드 전술은 서방의 키이우 지원을 약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3월 5일 발생했다. 친러시아 성향을 점점 더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 정부 하에서 헝가리 당국은 오스트리아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장갑차 두 대에서 4,000만 달러(약 594억 원)와 3,500만 유로(약 600억 원), 금괴 9kg을 압수했다.

정보기관의 전직 장성 한 명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시민 7명이 근거가 불분명한 자금 세탁 혐의로 헝가리 당국에 구금됐다.

키이우 측은 이번 조치를 우크라이나의 전시 경제를 교란하기 위해 기획된 '정치적 인질극'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국영은행인 오샤드뱅크(Oschadbank)는 이번 수송이 통상적인 현금 운반이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인프라 공격으로 타격을 입은 은행 운영과 임금 지급을 지원하기 위해 2026년에만 9억 달러(약 1조 3,373억 원) 이상의 자금이 안전하게 이송됐으며, 이번 건 역시 그 정기적인 수송의 일환이었다는 설명이다.

독립 전문가들은 헝가리 경로가 EU 영토라는 점 때문에 선택됐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오르반 정권은 이 정상적인 운영 절차를 국제적인 분쟁 사안으로 확대했다.

이번 사건은 헝가리 행정 체계의 단순한 실책으로 보기 어렵다.

오르반 정권 하의 부다페스트는 그간 EU의 대러 제재를 무력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연시키는 한편,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대변하는 등 지속적으로 크렘린의 이해관계와 궤를 같이해 왔다. 이번 자금 압수 역시유럽 전역에서 관찰되는 러시아의 전략적 각본과 일맥상통한다. 모스크바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요원들은 사보타주와 협박으로 공포를 확산시키고,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자국에 큰 비용을 초래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의 문제를 드러내기보다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이 오르반과 같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지도자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러시아는 이들을 앞세워 서방의 분열을 조장하고, 우크라이나를 뒷받침하는 대서양 동맹 체제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오르반을 앞세운 크렘린의 하이브리드 전쟁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집권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반부패 공약을 일관되게 이행해 왔으며, 이번 사안에도 신속하게 대응했다.

키이우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으며 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감독 체계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미다스 작전(Operation Midas)'이라 불리는 에네르고아톰(Energoatom) 사건을 비롯해, 국영 기업 내 비위 의혹에 대한 여러 수사가 우크라이나 독립 수사 기관들에 의해 투명하게 진행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떠한 부정부패도 즉각 규탄하고 관련 인사들을 해임했다. 그는 '처벌의 필연성'을 천명하며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안팎의 비판적 시각에서도 이러한 조치를 키이우의 민주적 제도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증거로 평가하며 찬사를 보냈다. 현재 시행 중인 계엄령은 전적으로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조치라는 점이 강조된다.

반부패 활동가 다리아 칼레니우크가 지적했듯, 우크라이나 시민사회와 시민단체들은 전시 상황에서도 권력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정치 분석가 올레그 수호프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권력 집중 현상은 러시아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한 직접적인 결과일 뿐, 개인적 이익을 위한 선택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거시적 맥락은 명확하다. 전시 상황의 혼란은 어디서든 부패의 빌미를 제공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자신들이 퍼뜨리는 선전 선동과 유럽 내 대리 세력들을 통해 조작된 부패 스캔들을 무기화하고 있다.

조달 과정의 문제나 일부 비위 사례들은 우크라이나의 굳건한 국방력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온 미국의 개혁 요구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 미국은 그간 변함없는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방어선을 지탱해 온 핵심 우방국이다.

미 당국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지도 아래 키이우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거듭 확인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부패를 방치하지 않고 직접 조사하여 처벌하기 때문이며, 권력층이 국가 자산을 사유화하는 크렘린의 ‘도둑정치(Kleptocracy)’ 모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젤렌스키 대통령, 크렘린 비방 공세 반박

러시아가 기획한 이러한 도발은 서방 동맹국들을 당혹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대서양 동맹의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모스크바의 전략적 수법을 간파하고 있다. 오르반 정권의 헝가리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기관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비방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피해자 서사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공적 참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민과 사회는 정부에 끊임없이 책임을 요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높은 지지율과 전장에서의 결연한 의지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진정한 위협인 '러시아 제국주의'에 맞서 온 나라가 하나로 결집해 있음을 보여준다.

8,200만 달러(약 1,218억 원) 규모의 자금 압수는 일시적인 혼란을 야기했을 뿐, 현장의 전황이나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에는 그 어떤 변화도 주지 못했다.

미국의 결단력과 유럽의 연대를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는 자유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장에서든 부다페스트의 정치적 꼭두각시를 통해서든, 분열을 이용하려는 러시아의 모든 시도는 오히려 모스크바의 절박함만을 드러낼 뿐이다.

철저한 감독과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이미 검증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와 유럽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은 여전히 분명하다.

러시아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키이우가 구축해온 내적 회복력은 결코 약점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크라이나를 지탱하는 힘의 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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