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중국의 중동 공세, 그 이면에 숨겨진 자원 취약성

중국의 중동으로의 전략적 선회는 원자재 확보에 대한 중국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베이징은 석유와 광물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월 1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공학 장비들이 수입된 광석을 선별하여 적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씨포토/누르포토/AFP]
2월 1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공학 장비들이 수입된 광석을 선별하여 적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씨포토/누르포토/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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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중동 투자 확대는 자국 내 에너지 부족 상황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은 수면 아래에서 비공개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의 잠재적 패권에 대비한 전략적 입지도 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서구 열강이 장악해 온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전 세계의 이목이 중동의 분쟁에 쏠린 사이, 베이징의 중동 행보는 자국 경제를 뒷받침할 자원 확보라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핵심 과제를 겨냥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자국 석유 수요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2025년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유조선 한 척이 수입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씨포토/누르포토/AFP]
2025년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유조선 한 척이 수입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씨포토/누르포토/AFP]

중국 내 원유 생산량이 수년 전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베이징은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중동은 중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22년도 중국 원유 수입량의 53%가 중동 지역에서 조달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가 주요 공급처였다.

정책의 재편

이러한 의존도는 공급망 다변화와 파트너십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정책적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베이징은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막기 위해 단일 국가로부터의 수입 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비축량 증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화석 연료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동시에 중국은 일대일로(BRI)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의 항구 건설부터 요르단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중동 인프라 전반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란의 경우, 중국은 석유 확보와 석유화학 산업 발전을 대가로 25년간 4,000억 달러(약 597조 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특히 2020년부터 2024년 사이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이라크에서도 2021년 한 해에만 쿠르디스탄 지역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105억 달러(약 15조 7,000억 원) 규모의 일대일로(BRI) 계약을 따냈다.

UAE에서는 원자력과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며, 탈석유 기조로 전환하는 걸프 국가들을 상대로 중국이 주요 에너지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18년 아랍 국가들에 총 295억 달러(약 44조 원)를 투입하며 미국을 제치고 이 지역 최대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이는 당시 아랍권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액의 31.9%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이러한 인프라 공세는 중동을 넘어 무역로 전체를 장악하려는 베이징의 광범위한 전략을 반영한다. 여기에는 일대일로와 연계된 이른바'북극 실크로드(Polar Silk Road)' 구축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3월호 기고문에서 “중국의 이란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나선 풀턴 비상임 선임연구원 역시 2025년 3월 분석을 통해 중국의 외교 관계는 동맹 구축보다는 경제적 상호 의존도를 높여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거래적'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패권이 초래하는 안보 위협

미국이 중동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경우, 중국 경제는 존립을 위협받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해상 요충지를 통과한다. 미 해군력이 이 공급로를 차단하거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중국 인민해방군 전략가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핵심 현안이다.

중국의 경제 정책에는 이러한 안보적 공포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베이징은 러시아 및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중동을 대체할 만한 공급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해상 봉쇄나 제재 수위의 격상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결국 중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기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베이징의 전략은 신중함과 야망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중국은 중동 현지 경제에 깊숙이 침투함으로써 미국의 공세에 맞설 완충 지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이러한 자원 확보전은 더 광범위한 패권 경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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