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동향
러시아의 위협이 임박함에 따라, 나토(NATO)는 핵훈련을 과시한다
14개국이 참여해 70대의 항공기와 2천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2025년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 연례훈련은 북해(North Sea)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AFP 제공 |
지난 10월 말 네덜란드 폴켈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굉음을 내며 네덜란드 F-35 전투기가 이륙했다. 이는 나토가 매년 실시하는 핵훈련 '스테드패스트 눈'의 일환으로 이뤄진 훈련 장면이다.
장기간의 준비를 거친 이번 훈련은 실제 핵폭탄이 사용되지는 않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필요할 경우 최후의 무기를 사용할 준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정례 훈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잇따른 영공 침범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 훈련은 나토가 필요시 대응⋅반격할 의지를 보여주는 러시아를 겨냥한 명확한 메시지다.
나토는 사상 처음으로 2주간에 걸친 이번 훈련 현장을 AFP통신을 비롯한 소수 언론 매체에 공개했다.
14개국이 참여해 70대의 항공기와 2천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2025년 '스테드패스트 눈' 연례훈련은 북해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훈련의 취재 허용은 서방의 정치⋅군사 동맹 내에 깊이 자리했던 군사 기밀주의 관행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나토는 '핵훈련'이라는 이름조차 공개하기를 꺼려했다.
미 공군 대령이자 나토 핵작전 책임자인 다니엘 번치는 "우리는 오랫동안 핵훈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중에게 공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은 무력 과시가 아니다. 우리는 맡은 임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동맹이 보유한 전반적인 군사 역량을 직접 대외에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세의 흐름에 따라 자체 핵 관련 발언 수위를 조절하자, 나토도 이에 맞춰 핵 활동 공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토 핵정책국장 짐 스톡스는 나토의 이러한 대외 발언 수위 강화가 "반드시 러시아를 겨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덧붙여 "이는 자국 내 대중과의 소통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는 대중이 나토가 책임 있는 핵 동맹이며, 우리의 활동이 가능한 한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고, 결코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길 바란다"
'확신'
하지만 나토의 전형적인 방식대로, 이번 작전은 동맹 내에서도 극비로 간주되는 군사 임무인 만큼, 투명성에는 한계가 있다.
기자단은 전술핵탄 탑재가 가능한 네덜랄드와 독일 전투기가 하늘로 잇따라 날아오르는 장면을 지켜봤다.
하지만 언론에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모의 폭탄을 적재하기 위해 준비하는 훈련과정의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다.
핵훈련을 둘러싼 사안이 워낙 민감해, 훈련에 참여한 어떤 항공기에도 모의 탄두조차 실리지 않는다.
나토의 핵 억지력은 유럽 전역의 기지에 배치된 미국의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의 최근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영공 침입, 그리고 잇따른 정체불명의 드론 비행이 나토를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공군 전투사령부의 마르셀 판 에그몬트 사령관은 이번 훈련에 참여한 기지들의 보안 수위가 그 어느때 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직까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자기방어는 언제나 우리 임무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이 훈련에 참여한 이들에게, 이처럼 파괴적인 무기를 다루기 위한 훈련의 무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비행대 사령관 브람 페르스테흐는 이번 훈련에 대해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다. 이는 분명히 조종사에게 가해질 수 있는 가장 큰 폭력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억제력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신뢰할 만하며, 소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대원들이 이러한 임무 수행을 충분히 감당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