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 위기 고조 속, 아프리카의 뿔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

전문가들은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갈등이 지역 불안정과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며,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평화를 향한 희망도 다시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2026년 5월 28일 공개된 사진 속 에티오피아 군인들이 군사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방군]
2026년 5월 28일 공개된 사진 속 에티오피아 군인들이 군사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방군]

첼시 로빈 |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수많은 민간인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참혹한 내전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전쟁 국면으로 빠져들 위험에 직면해 있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이번 갈등이 2022년 11월 체결된 프리토리아 평화협정으로 가까스로 이어져 온 평화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 협정은 2년간 이어진 분쟁으로 수십만 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 체결됐으며, 일각에서는 사망자 수를 최대 6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 전쟁은 에티오피아 연방정부와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 최북단 티그라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을 상대로 벌인 분쟁이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으며, 속전속결로 맺어진 양국의 동맹도 그 속도만큼 빠르게 와해됐다.

2018년 촬영된 사진 속에는 에리트레아-에티오피아 국경분쟁 당시 파괴된 군용 탱크와 트럭들이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에 기념물처럼 쌓여 있다. [마헤데르 하일레셀라시에 타데세/AFP]
2018년 촬영된 사진 속에는 에리트레아-에티오피아 국경분쟁 당시 파괴된 군용 탱크와 트럭들이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에 기념물처럼 쌓여 있다. [마헤데르 하일레셀라시에 타데세/AFP]

나이로비 소재 HORN 국제전략연구소는 4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에티오피아 당국이 에리트레아가 자국 북부 영토를 군사적으로 침범하고 정세 불안을 조성했으며, 내부 안보에도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연방정부의 권위를 흔들기 위해 반군 세력에 무기를 공급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동아프리카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뤄 온 정치 리스크 분석가 프랑수아 크리스토프는 5월 22일 애틀랜틱카운슬 블로그 기고문에서 불안정이 티그라이 지역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크리스토프 분석가는 암하라 지역에서는 파노(Fano) 등 한때 연방정부 편에 섰던 민병대가 이제 정부와 대립하고 있으며, 오로미아 지역에서는 오로모해방군(OLA)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군 병력과 드론이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노는 TPLF와 에리트레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파노와 OLA 모두 군사 계획 수립 과정에서 TPLF 및 에리트레아와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에리트레아 당국은 이 같은 의혹을 "허위이자 날조된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HORN 국제전략연구소는 에리트레아가 "홍해 접근권 확보를 위해 공세적 움직임을 강화하는 티오피아의 행보를 자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중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보고했다.

'화약고'

최근 몇 달 사이 상황이 한층 악화되면서, 군사적 충돌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아프리카안보분석(ASA)은 지난 2월 정세 평가 보고서에서 "양측 모두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발언 수위는 뚜렷하게 강경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적 언사는 주권 수호를 앞세운 강경한 입장으로 바뀌었고, 대외 메시지도 화해보다는 방위 태세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은 지난 2월 브리핑에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질 경우 분쟁 당사자 모두에게 참혹한 피해를 안길 뿐 아니라, 역내 긴장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화약고'가 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충돌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 곳곳에 남아 있어 사태가 적대 행위로 번지는 것은 쉽지만, 일단 시작되면 이를 멈추기는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분쟁 당사자 모두 새로운 전쟁을 촉발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해소되지 않은 불만과 강경한 언사, 군사적 준비 태세는 이들이 실제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인접국 수단의 내전과 맞물리게 된다. 수단 내전은 지난 3년간 유엔이 '세계 최대 인도주의 위기'라고 부를 만큼 심각한 참사를 초래했다.

소말리아 역시 가뭄과 기근,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인도주의 재앙이 임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뉴델리 소재 옵서버연구재단(ORF)의 객원연구원 사미르 바타차리야는 또 다른 전쟁 가능성으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이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월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충돌이 재발할 경우 이미 불안정한 역내 정세에 미칠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이는 간신히 버티고 있는 수단을 무너뜨리고, 차드까지 불안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사헬 지역에서 홍해까지 이어지는 불안정의 확산 경로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역내 전체가 위태로운 균형 위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또다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한 로드맵

에티오피아 외교연구소(IFA)는 5월 25일 성명에서 "지난 60여 년간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사이에서 평화적 공존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성명에서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아프리카의 뿔 지역 전반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에리트레아가 정상적인 국가 체제로 자리 잡는 것이 필수적이다.

IFA는 "에리트레아는 무역과 투자,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제한된 국가 중 하나"라며, 이러한 여건 때문에 통상적인 외교·경제 관계 형성이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둘째,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양국 관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경 문제와 분쟁의 잠정적 해결, 상호 불가침과 내정 불간섭을 보장하는 안보 체계, 국경 간 무역, 투자와 경제 교류를 위한 프레임워크, 통행·이민·거주·이산가족 재결합 문제에 관한 합의, 에티오피아의 아사브항 이용을 규정한 해양 합의가 필요하다.

셋째, 양국 관계는 단순한 정상화를 넘어 장기적인 제도적 협력 관계 구축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

IFA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협력을 토대로 한 아프리카의 뿔 공동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공동 번영과 지속 가능한 평화를 뒷받침하는 역내 제도적 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국 직전'

분석가들은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사이에 평화가 아닌 다른 선택은 매우 우려스럽지만, 그것이 이미 정해진 결말은 아니라고 말한다.

ASA는 "당장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충돌을 촉발할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전쟁 국면은 아니다. 다만 오판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역사는 오판이 얼마나 빠르게 전쟁 국면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프는 애틀랜틱카운슬 블로그 기고문에서 전면적인 군사적 확전은 아직 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양국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파국 직전까지 간 적이 있으며, 또 다른 전쟁이 초래할 참혹한 대가가 양측 모두의 섣부른 행동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설전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될 실질적 위험이 있으며, 아디스아바바가 TPLF와 파노, OLA와의 공조를 문제 삼아 아스마라에 대한 '응징'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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