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숨겨진 절단장애 참전용사들, 러시아 전쟁의 진짜 대가를 드러내다

모스크바가 의족·의수를 위한 예산을 세 배로 늘리는 가운데, 부상을 입은 한 세대의 병사들은 방치와 미흡한 치료, 그리고 자체 전쟁 피해로 무너져가는 시스템에 직면하고 있다.

2025년 10월 24일, 러시아 특수부대 참전용사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신의 기념일을 맞아 러시아 군 특수부대 요원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올가 말체바/AFP]
2025년 10월 24일, 러시아 특수부대 참전용사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신의 기념일을 맞아 러시아 군 특수부대 요원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올가 말체바/AFP]

무라드 라히모프 작성 |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해가 뜻밖의 지점에서 드러나고 있다. 바로 정부 회계장부에 기록된 의족·의수 구매량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 팔·다리 구매량이 급증하며 그만큼 많은 병사들이 삶을 바꿔놓는 중상을 입은 채 귀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의지 보조기 계약 하나하나의 뒤에는 길고 험난한 회복 여정을 시작하는 누군가가 있으며, 공식 보고에서 종종 사라지는 전투 규모를 상기시킨다.

전문가들은 새롭게 장애 판정을 받는 참전용사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2022년 전면 침공 이전 러시아 정부의 연간 의족 지출은 약 330억 루블이었다. 올해 이 금액은 754억 루블, 약 9억 3,500만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의족 지출 급증

지출 증가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야니스 클루게는 10월 X(구 트위터) 게시물에서 2026년 예산안에 981억 6,000만 루블(12억 달러 이상)의 의지 보조기 예산이 책정됐다고 밝혔다.

2020~2025년 러시아의 의족·의수 관련 국가 지출은 2020년 330억 루블(4억 1,000만 달러)에서 2025년 예상 754억 루블(9억 3,5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무라드 라히모프/콘투르]
2020~2025년 러시아의 의족·의수 관련 국가 지출은 2020년 330억 루블(4억 1,000만 달러)에서 2025년 예상 754억 루블(9억 3,5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무라드 라히모프/콘투르]

분석가들은 이러한 증가세가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군 손실 규모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러시아 의지·보조기 협회의 티무르 그리신은 지출 급증이 전투 부상과 직결돼 있다고 밝혔다. 6월 모스크바 타임스는 그가 “새로 의족과 재활이 필요한 환자의 대부분이 최전방에서 온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민간 장애인 지원은 위축되고 있다.

중앙아시아 듀 딜리전스의 알리셰르 일캄노프는 의족 예산 확대가 이미 커지고 있는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어딘가에서 돈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콘투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존 사회 프로그램의 예산을 빼앗아 재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휘발유 부족까지 겹치면 사회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다.”

사상자와 그 후유증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러시아군 37만 6,000명 이상이 장애 판정을 받을 정도의 중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IISS는 2022~2024년 러시아군의 전체 손실을 총 78만 3,000명으로 추정하며, 이 중 17만 2,000명은 전사, 61만 1,000명은 부상자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합참은 11월 20일 기준 러시아군 전투 손실이 사망·부상·실종·포획자를 합쳐 116만 명을 넘는 것으로 보고했다.

메디아조나의 독립 집계는 11월 초 기준 이름이 확인된 사망자가 8만 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모든 집계가 불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한 러시아 고위 관리는 뉴욕타임스에 “중상자 중 절반가량이 절단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IISS 추정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전장에서 돌아온 절단장애인은 18만 명을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사회기금은 2023~2024년 사이 신규 등록 장애인이 약 29만 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6월 기준 러시아에는 총 1,140만 명의 장애인이 등록돼 있으며, 이 중 78만 8,000명이 아동이다.

크렘린은 현재 전쟁과 그 후유증, 즉 귀국 병사들의 의족 지원과 장기 재활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민간 장애인 지원이 갈수록 제한적이고 지역별 편차가 크다고 지적한다.

참고로 소련의 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2만 8,000명 이상의 장애 참전용사가 발생했으며, 러시아의 두 차례 체첸 전쟁에서는 1만 3,000명이 추가됐다.

의족 품질 문제

러시아에서는 의족 수요 증가뿐 아니라 그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조국수호자재단이 3월 실시한 조사에서 장애 참전용사의 40~50%가 다리 의족에 불만을 표시했으며, 응답자 전원이 팔 의족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폰탄카는 최근까지 많은 군인들이 국방부가 제공한 의족의 품질이 떨어질 경우 러시아 사회기금에서 대체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월 1일 발효된 정부령은 이러한 선택권을 없앴다. 참전용사들은 국방부에서 받은 의족을 2년 동안 사용해야만 다른 의지 보조기용 전자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병사들에게 받은 의족을 잘 관리하고 사용하며, 고통스럽더라도 불만을 제기하기보다 수리해서 쓰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부정적 반응을 막을 수 있다”고 조국수호자재단의 이리나 쉬토바는 폰탄카에 말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7월 보도에서 러시아가 재활 장비의 국산 비율을 17%에서 50%로 늘리면서 품질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아이슬란드 기업 오서(Ossur)는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철수했으며, 독일 오토보크(Ottobock)의 러시아 자회사와의 정부 계약은 2023년 42% 감소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선전 매체들은 장애인 수가 줄고 있다고 주장한다.

타탸나 골리코바 러시아 부총리는 7월 29일, 장애 발생률이 2018년 이후 6% 감소했다며 그 원인을 순환기 질환·암·정신질환으로 돌렸고, 중상 참전용사 증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러시아장애인협회 회장 미하일 테렌티예프는 7월 “2024년 단체 회원이 고작 3,856명 늘었다”고 말했다.

인권활동가이자 블로거인 알렉산드르 김은 러시아 정부가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없으며, 단지 사회적 불만을 피하려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애 참전용사들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콘투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는 지금은 그들을 치켜세우지만, 전쟁 이후—특히 정치적 전환이 일어나면—그들이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김은 많은 부상 병사들이 불안정한 행동을 보이고, 러시아 기준으로 큰 금액의 보상금을 받으면서 민간인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대우가 2차대전 참전용사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며 정부가 그들의 국가적 부담을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라하 찰스대학교의 드미트리 두브롭스키는 러시아의 장애인 지원 체계가 시민을 공적 생활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련 정부가 2차대전 이후 장애인을 공공장소에서 보이지 않게 했던 것과 똑같다. 그들을 숨겼다. 지금 정부의 목표도 돈을 조금 주고 집에 머물며 조용히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 러시아 정부가 장애인을 대하는 핵심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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